가치투자의 전제조건

어제 팟캐스트 신과함께 퇴근길 page2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이다솔 차장과 함께 최근 우리 증시에 주요 이슈들, 테마들을 짚어보고 전망해보는 시간이었는데, 결론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매수 움직임을 보면서 움직여라는 거더군요. 

이렇게 테마 따라서, 수급과 전망을 따르면서 주식투자를 하는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런 트레이딩 전략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만 주식판에 남아있다 보면, 주식시장은 불안정해질 겁니다. 지금의 저처럼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어 가격이 가치대비 싸졌다 생각되는 주식을 사서 몇년씩 안팔고 버티겠다는 각오로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일정정도 비율은 존재해야만 주식판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지금보다 내가 산 주식이 더 싸지면 오히려 더 매수할 수 있을정도의 자신감을 주는 무언가,,, 즉 안전마진이라는 거겠죠. 그런 안전마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주식을 사는게 문제가 아니라 가치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허황된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합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수개월만에 30프로가 넘게 오르고, 작년에 5G 장비주들이 얼마나 올랐는데, 1년에 10%는 커녕 몇년째 제자리걸음하는 경우도 많은 이른바 가치주들의 낮은 수익률을 견디고 버티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안전마진이라는 견고한 받침대여야 합니다. 

가치투자를 창시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 안전마진이 “기업의 보유자산대비 시총의 저평가”라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안전마진은 우리나라 증시에서 적용될 수 없습니다. 현재 PBR 1 이하의 기업이 얼마나 널려있는데요. 결정적으로 그런 자산대비 저평가주들의 상당수는 오너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오너가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어야 하는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로 자식들에게 기업의 부를 빼돌려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게 현실입니다. 문제가 안되기는 커녕 언론사 기자들이 “승계”라는 멋드러진 단어로 그런 배임행위를 정당화 해주기 바쁜게 현실입니다. 결국, “시총 대비 많은 기업의 보유자산”은 적어도 2020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는 안전마진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전력 pbr이 0.24인데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치투자라는 투자전략이 성립하려면, 다른 안전마진을 찾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대안은 배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채수익률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시가배당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주식이라면, 어떻게든 해당 주식을 끝까지 들고 버텨볼 재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업이 장사를 못하게 되거나, 더이상 배당을 잘 안주게 될 상황이 발생할지를 예측하는 것 또한 각종 테마나 수급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쉽습니다. 그런 배당이 줄어들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진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추가매수할 수도 있으니 간접적으로나마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방경직성, 즉 안전마진을 확보한 다음 1년이고 5년이고 기다리다 보면, 보유하고 있던 포트폴리오 중 한두개 정도는 가끔씩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주가가 크게 올라갈 수 있을것이고, 그렇게 올라간 수익이 향후 10년이든 15년이든 누적 배당수익을 훨씬 넘는 수치라면 그런 종목은 팔아서 다른 종목에 재투자해도 아쉬울 게 없는겁니다. 이렇게 매입 당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던 소외주들은 설령 해당 기업이 배당을 주기 어려울 정도의 악재가 발생해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의 열광이 없었으니 패닉 또한 없거나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확실한 받침대가 있는 종목이라면 평생 피땀흘려 모아온 전 재산의 절반 넘는 거금을 거기에 투자해도 불안할 필요가 없다는게 가치투자의 장점일겁니다. 수익률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대신 더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해도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건 투자인생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굉장한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배당”이라는 안전마진이 진정한 디딤돌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는 건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다름아닌 “저금리”입니다. 어찌 되었든 주식 종목들 중 상당수 이상이(적어도 5% 이상) 국채수익률 이상의 시가배당률을 줄 수 있어야만 그런 가치투자전략이 운신하기 쉬워진다는 점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요즘같은 저금리기조는 가치투자자에게 정말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혹여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가 시작된다면 다른 투자전략보다 먼저 가치투자전략이 망가지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가치투자가 언제나 정답은 아닐 수 있고, 금리가 정말 민감하고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