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을 투자할 때 재무제표에 나오는 숫자들은 자주 보지만, 주석에 나오는 내용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잘 안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석 내용을 꼼꼼이 따져보는게 도움이 많이 되는데 특히 아래와 같은 경우들에서 그렇습니다. 최근 도이치모터스 사업보고서를 읽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봅니다.
1.
기업에 따라서는 통상 재무제표에 나오는게 당연한 세부항목들을 다 주석 안에다 집어넣어서 숨겨놓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이게 해당 기업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러는게 아니라, 단순히 귀찮아서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이치모터스도 재무제표 표만 봐서는 제대로 재무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
원래 기업의 영업방식이 차입금을 많이 끌어다 쓰는 경우에는 특히나 중요한게 차입시 이자율입니다. 최근 상장되었거나,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가는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성으로 인해 조명을 많이 받는데, 주석에 나오는 차입시 조달이자율을 보면 해년마다 이자율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추세이고,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들은 대부분 은행차입을 줄여나가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조달이자는 평균적으로 줄어드는게 정상인데, 해가 지날때마다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데 이자율이 올라간다면, 당연히 경각심을 세우고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도이치모터스의 2019년 3분기와 2018년, 2017년, 그리고 2016년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주석들에서 “이자율”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과 조달 시 이자율이 다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추세를 보면, 2016년에 비해 현재 내고 있는 이자율이 전반적으로 1% 씩 올라간 상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만기상환 이후 다시 빌리지 않고(혹은 못하고) 다른 금융기관이나 저축은행에서 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사업확장의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재무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혹여 향후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 이런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는거지요.
3.
핵심 사업영역이 어떤 부분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는 것도 사업의 내용이 아니라 재무제표 주석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보고 있는 도이치모터스도 핵심사업영역은 신차판매가 아니라 금융사업입니다. 리스와 할부금융을 통해 나오는 이자수익이 실제로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고, 계열사 중에서도 도이치 파이낸셜이 가장 핵심적인 계열사입니다. 이런 내용까지는 사업보고서 내 사업의 내용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현재 이 리스사업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주석을 꼼꼼히 들여다 봐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내에 도이치파이낸셜의 이자수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재무제표 주석에 나오는 금융리스채권의 잔액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 신차를 리스로 판매하면서 벌어들이고 있는 장사가 지금 당장은 쏠쏠하지만, 그런 쏠쏠한 장사 밑천이 되는 리스 채권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최근 여러 이슈들로 인해 신차 판매가 부진한 영향으로 보이는데, 결국 신차판매의 부진의 영향이 이제부터 나타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전망에 더해 근본적으로 캡티브 금융, 즉 신차를 파는 판매사에서 리스금융까지 알선하는 형태가 요즘같은 인터넷뱅킹의 영역확장이 계속되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 하는 리스크까지 더하면, 주된 사업방식인 이 파이낸셜 영역의 미래가 장미빛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이치모터스 입장에서 사업의 다각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결과가 도이치오토월드로 나온 거겠죠.
4.
어찌 보면 재무제표 주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특수관계자”라는 키워드일겁니다. 특수관관계자와의 거래 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보다보면, 정말 영화나 소설보다도 더 기가막힌 사연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무리 다른 부분에서 기업이 좋아보여도 그런 주옥같은 특관자 거래행태를 보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건, 특수관계자라는 키워드가 꼭 기업에 안좋은 영역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도이치파이낸셜의 불투명한 미래를 도이치모터스가 어떻게 돌파하고 있느냐면 미래에셋캐피털이라는 파트너를 영입했습니다.
주석을 보면 미래에셋캐피털은 전환사채 미입등으로 단순히 도이치파이낸셜의 지분을 늘려가는 걸 넘어서서 직접 도이치모터스에 돈을 빌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기관에 총 1,420억원의 지급보증까지 해주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와중에 깨알같이 회사가 오너인 권오수에게 70억원을 빌려준 내용도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결국, 회사가 앞으로 순항할 지 어떨지의 관건은 도이치 오토월드의 순항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커지고 있는 재무부담의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유익한 사업파트너인 미래에셋캐피탈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도이치 오토월드는 한 번 분양을 하면 일회적으로 큰 수익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재무제표에는 이익이 크게 잡혀서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것에만 현혹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무제표 주석에 나오는 세세한 숫자들과 “특수관계자”라는 키워드를 보다 보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하는 것들이 마구 쏟아져나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