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에는 세가지 등급이 있다고 봅니다.
내가 바보라는 걸 알고 항상 조심하며 배우려 하지만, 바보라 어쩔 수 없이 계속 사고를 치는 바보
내가 멍청해서 일이 터지고, 그걸 옆에서 지적해주면 왜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지적하냐며 화를 내는 바보장군
그렇게 멍청해서 그렇게 일이 터지고 나서도 나는 옳았고 여전히 무식한 세상사람들을 계도해야 한다고 믿는 인지부조화의 끝판왕 바보킹
얼마나 자주, 얼마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냐에 따른 바보의 등급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느냐, 아니면 더 심해지느냐에 따른 등급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해야 제가 그나마 위안이 될것 같아서요. ㅜㅜ
지금 보니 3월21일 올렸던 제 글인데, 한참 NUGT 진입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당시의 저유가에 기인한 패닉은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왜곡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준이 포기하지 않고 강달러만큼은 용인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랬을 때 단기적으로 가장 먼저 오를 자산은 주식이나 석유같은 산업원자재 아니라 금이라고 판단하고, 금과 연계된 상품중 가장 크게 움직이는 상품이 뭔지 찾아보고 NUGT라는 상품의 그래프를 보니 아래와 같이 폭포수처럼 쳐내리던 중이더군요.
바보같이 NUGT 가격이 저렇게 쳐내리는 그래프만 보고 저는 실제 “금 시세”도 저런줄 알았습니다. 실제 금 시세를 확인해볼 생각 자체를 안한거죠. 저거만 보고 “아, 세상에 이렇게 겁에 질린 큰손들이 넘쳐나는구나. 바닥같은거 볼 필요도 없겠네, 미리 들어가서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리면 도대체 몇 배를 먹는거야?” 이런 생각에 들떠서 조급증을 냈어요.
최근 화제가 되었듯 원유나 원자재 etf처럼 콘탱고나 백워데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인 고려사항이었습니다.
일전에 TVIX 투자해서 조급하게 팔아서 수익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빠진걸 교훈삼아 이제는 그냥 가격 체크도 안하고 두달 넘게 버티자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가 어제 실제 금 시세 움직임을 언급하신 어떤 분 말씀을 듣고 실제 시세를 봤더니,,, 얼마나 등골이 서늘하던지, 바로 팔았습니다.
NUGT는 ARCA gold miner index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이건 금 채굴기업들 주가와 상관이 있는지라, 실제 금시세와는 조금 다르게 움직이죠.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로 가는 상황에서는 금 가격보다 더 크게 반등할수도, 오히려 기업 사정이 안좋아지면서 떨어질수도 있는겁니다.
실제 금 시세도 보지 않고, NUGT그래프만 보고 저게 다 회복되면 4배 넘게 먹겠다는 꿈에 한동안 들떳던 거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쪼그라듭니다. 최근 금 가격이 역대급으로 급상승했기 때문에 NUGT가 아니라 다른 금 관련 상품들이 수익율은 훨씬 높았을거에요. 일단은 수익율이 문제가 아니라 바보같은 뻘짓에 죽을뻔한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입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한번에 여러가지를 처리하는게 힘듭니다. 두뇌가 말을 안듣고 헛도는 느낌이 직접 겪어보면 참 기분이 뭐같죠. 부쩍 이런 인지기능저하가 심해지다보니 단 한가지 생각과 화두에만 집중하다 이런 치명적이고 말도 안되는 실수들을 겪는게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NUGT같이 gold miner index 추종하는 상품이 떨어질지 오를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보유하는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전량매도하고, 이번에 저지른 뻘짓과 실수들 반성하면서 마음의 상처와 자괴감도 좀 추스리면서, 다른 기회가 무엇이 있을지 좀 더 오랫동안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