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투자왕은 현금

예전에 최진기 강사의 주식투자 강의 영상을 시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강사가 증권맨 출신이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는 쉽게 설명을 해주는데, 당시 영상 중 일부가 유투브에 올라와서 보다가 떠오르는 한마디가 생각나서 적어보네요.

세상에서 제일가는 투자왕이 누구냐,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진짜 투자왕은 이들이 아니라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는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절대 투자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장이 안좋으니 투자를 쉬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을 이길 수 있는 그들만의 장점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주식이나 투자상품을 살까말까 망설여지시나요? 그럼 절대 사면 안됩니다. 정말 사고 싶은 주식, 이건 반드시 될거라는 확신이 드는 주식, 가격이 계속 떨어져도 태연하게 추가매수할 수 있을만한 주식이 아니면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게 최진기 강사의 설명입니다.

왜 절대적인 확신이 드는 종목만 사야 하느냐 하는가에는 또다른 배경이 숨어있습니다. 다름아닌 인간의 본능이 잘못된 매수를 부추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내가 살까말까 고민하다 안샀거나 조금만 샀는데 해당 주식이 떨어지면 “휴, 다행이다” 라고 한마디 한 후에 그냥 그 일을 잊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다 안샀는데 해당 주식이 올라가면 “으아,,, 그때 샀으면 먹을 수 있었는데” 라고 탄식을 한 후에 절대로 그 일을 잊지 않습니다. 내가 손해본 일에 대한 통증이 이득을 본 것에 대한 행복감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느껴지고, 기억도 오래가는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까말까 고민하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걸 몇 번 보다보면 결국 내가 고민만 하다 가격이 올라간 일만 선택적으로 강렬하게 기억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결국 무조건 사는쪽으로 손이 나갈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이런식의 본능에 휩쓸리기 쉬운 시장상황에서는 결국 대중이 내리는 결정에 편승하다 나중에 손해가 날 수 밖에 없다는게 최진기 강사의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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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 강사가 말한 이 내용은 생각해보면 어려운 말도 아니고 당연한 기본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이걸 제대로 실천하려면 보통 노력가지고는 쉽지 않을수 있습니다. 정말로 사야 한다는 확신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을 꾸준히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종목을 연구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해야 하는 때”와 “쉬어야 하는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겠죠. 개별종목에 대한 공부 뿐 아니라, 섹터, 매크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공부가 다 닿아있어야 실천할 수 있는 기본일겁니다.

지금 실물경기는 전세계적으로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데, 주식은 어떤 자산보다도 빠르게 회복해서 V자 반등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여기서 더 올라간다, 곧 고꾸라진다 설왕설래가 이뤄지는 중에, 잊으면 안되는게 이런 기본적인 영역에서의 고민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내가 확실한 종목을 알고 있고, 여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것을 팔고 현금으로 들고 있을 이유가 뭐가 있는가 하는 반문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확신하고 있는 종목, 이 와중에도 실적이 꺽이지 않고 있는 우량한 기업도 지난 3월같은 장에서는 다른 종목들과 별반 차이없이 3-40% 이상 떨어졌었죠. 그 때 내가 현금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웃고 있을수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개별종목에 대한 공부와 확신” 과 “쉬어야 할 때를 아는 지혜”라는 두 덕목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덕목이라는게 지난 3월의 하락장을 통해 제가 몸으로 느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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