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잘나오면 주가는 어지간하면 올라갈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실적이 이미 잘 나온 기업이 아니라, 앞으로 잘 나올 기업을 찾는걸겁니다.

예전부터 관심가지고 지켜보던 중에 잠정실적 발표(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00506900378 ) 전날 갑자기 7% 올라서 엉겁결에 매입했던 종목이 콜마비앤에이치입니다. 많이 산건 아니고, 조금 더 찾아볼 자료들이 있어서 더 살지, 아니면 처분할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적어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근거가 뭐였냐면, 재무제표에(2019년)서 관심이 가는 숫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매입채무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콜마비앤에이치라는 회사는 한국콜마의 자회사로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ODM방식으로 제조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원래도 건기식은 연평균 10%씩, 화장품은 연평균 5%씩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인데, 그 성장중인 두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승중인 회사이니 기본적인 전망은 밝다고 할수 있습니다. 당연히 2019년 내내 가동률과 생산실적, 매출 모두 꾸준히 성장했는데, 중요한건 그런 성장이 올해에도 지속될건가 하는게 관건이겠죠.

하지만,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는 미래를 보여주는 자료가 아닙니다. 제한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을만한 단서를 보여주는 정도가 고작일겁니다.

재무제표에서 유형자산이 420억원 정도 증가했는데, 이 증가분이 대부분 기계장치와 건설중인 자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무제표 보면서 가동률이 100%를 훨씬 웃도는 와중에 건설중인 자산과 기계장치가 늘고 있다는 것만큼 가슴을 뛰게 만드는 내용도 없는것 같더라구요. 리스크라면 코로나19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투자를 늘리고 있는 와중에 제품이 안팔리면 반대로 타격이 커질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건강기능식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을것 같습니다. 화장품도 가장 큰 고객이 애터미라는 기업인데, 올해 실적이 나빠졌다는 소식은 없더라구요. 오히려 중국진출한다고 난리,,, 게다가 부채비율도 높지 않고 조달금리도 2.5%라 올해 안에 경영상황이 크게 나빠질 리스크는 많지 않다 봤습니다.

재미있는 점이 2019년 현금흐름표상 굉장히 큰 폭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증가가 있었다는 부분인데, 2018년의 338억에서 933억으로 600억이나 증가했습니다. 그렇지만, 법일세차감전이익은 120억정도만 증가(순이익은 50억원만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영업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이상하리만치 증가한 게 무엇인지 그걸 보는게 해당기업의 2019년 재무제표를 보는 핵심이라 봤는데, 연결현금흐름표 자체에는 해당 항목이 안나오고, 주석을 봐야 나오더군요. 가장 큰게 앞서 언급했듯이 매입채무가 이전보다 300억원이나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는 다 자잘한 액수의 조정항목들이더군요.

매입채무라는건 쉽게 말하면 외상값입니다. 다른 회사들과 거래를 할 때 외상으로 사온게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영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와중에 매입채무가 늘었다면 몰라도, 공장 평균가동률이 120%정도에 실적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기업에서 매입채무가 늘었다는 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만큼 거래하고 있는 회사들이 해당 기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거래를 더 트고 싶어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게 맞겠죠.

아니 그럼 이렇게 좋은 회사에 왜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 올인하는게 아니라 계속 다른 자료 찾아가며 눈치만 보고 있다 최근에 와서 찔끔 들어가기만 했냐고 물어보실 분들이 계실겁니다. 첫째 이유가 배당을 짜게 주거든요. 시가배당율이 0.8%밖에 안합니다. 둘째로는 해당 시장, 특히 건기식 시장에서 이 회사보다 더 잘나가는 기업이 있습니다. 2018년 통계에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종근당건강이 한국 담배인삼공사에 이어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이 종근당건강의 2019년 실적은 콜마비앤에이치보다도 더 눈이 휘둥그래지게 나왔거든요.

종근당건강은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모회사인 종근당홀딩스를 투자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실적은 그보다 덜해도 일단 잘 나왔던 콜마비앤에이치에 투자하는게 맞는지 결론을 못내린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자료 보고 고민하고 있는게 거의 한달은 된것 같네요. 지금은 종근당건강 감사보고서 보고 있는 중이고, 종근당홀딩스와의 지배관계나 다른 관련자료들을 보면서 결론을 내릴 생각입니다. 물론, 시간이 꽤 걸릴거고, 주가는 그 사이에 하늘높이 날아갈수도 있겠죠. 하지만, 천천히 생각하고 연구하고 산 주식이 드라마틱한 수익은 못내주어도 생각지 못하게 갑자기 주가가 망가질 확률도 그만큼 줄일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