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종목 보고서를 읽는 방법

애널리스트들이 올리는 종목보고서들 볼 때, 내용들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들은 거의 없을겁니다. 특히나 늘 틀리기만 하는, 아니 틀릴수 밖에 없는 그놈의 목표가라는거 보면 헛웃음만 나오죠. 그런데,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보고서들도 잘 걸러서 들으면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1.

http://snusmic.com/?p=8342

SMIC 에서 발표한 노바렉스 보고서입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보고 투자결정에 크게 도움을 받았었는데, 노바렉스가 아닌 콜마비앤에이치를 매입하는데 이 보고서가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거든요. 보고서를 보면, 해당 업종에서 경쟁중인 주요 경쟁사들을 비교해서 노바렉스가 어떤 우위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콜마비앤에이치의 약점으로 거론하고 있는것이 특정 상품과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었죠. 헤모힘이라는 제품의 비중과 애터미향 제품의 매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 자체는 틀린 주장이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제품이 유행에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특정 제품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해당 제품이 유행이 지나서 매출이 줄어들면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특정 고객사에 매출비중이 높다는 것도 같은 이치로 리스크가 될 수 있는거죠. 해당 업계가 상황이 안좋아지고 타격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렇게 안정성이 높은 회사가 더 잘 버틸 수 있는게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 보고서를 본 게 콜마비앤에이치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고난 다음이었습니다. 당시 헤모힘의 매출은 계속 성장세가 커지고 있었고, 애터미라는 주요고객사가 중국과 각지로 사업확장을 진행하면서 매출성장이 매우 커지기 직전인 상황인 겁니다. SMIC 보고서 내에서 인용한 헤모힘 리스크의 출처는 2015년 데이터였는데, 2015년 당시보다 훨씬 더 헤모힘 매출상황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고, 의존도가 높다는 주요고객사인 애터미의 공격적인 사업확장도 주목해야 할 점이었죠.

그렇다면, 이럴 때에는 고객다변화나 다양한 제품군을 통한 안정성 보다는 주요고객과 제품군의 성장성을 훨씬 더 높게 보고 평가를 해야 하는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노바렉스가 아니라 콜마비앤에이치를 산겁니다.

2.

http://snusmic.com/?p=8360

며칠 전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한 파크시스템스라는 회사입니다. 이번에도 SMIC에서 정성들여서 자세하게 보고서를 써서 훨씬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원자현미경이라는 장비를 만들어 파는 회사인데, 최근 매출, 영업이익, 순익 모두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이지요. 보고서가 내세우는 회사의 장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요 경쟁사인 Bruker 사 대비 매우 경쟁력있는 제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급성장중인 시장인 반도체회사용 제품들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경쟁사인 Bruker 사는 10년 째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파크시스템즈라는 회사가 이렇게 경쟁력있는 제품을 내놓으며 반도체장비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이유를 R&D 인력의 경쟁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 인력의 31%가 R&D 관련 핵심인력이라는 점을 주된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 이렇게 좋은 회사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게 아니라, 추가로 내가 뭘 더 확인하고 조사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고서는 내가 회사를 알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지 투자를 결정하는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되는 거지요.

  1. R&D 인력의 비중이 그렇게 높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국제적인 영업망의 경쟁력이 부실하고, 여기에 계속 투자해야 할 돈과 인력이 아직 많다는 뜻일수도 있습니다. 경쟁사인 Bruker 사는 어느정도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정도의 점유율이나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2. 보고서에는 Bruker사가 10년간 제대로 된 신제품을 안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그간의 격차를 좁힐 새로운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영업망이 우세한 회사가 어느정도 격차를 좁힌 제품을 출시해도, 작은 회사의 기술 우위는 더이상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Bruker사가 정말로 반도체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기술력이 딸려서 경쟁을 포기한건지, 아니면 조만간 기술경쟁에 뛰어들 태세인지를 조사해봐야 합니다.
  3. 이 회사는 전적으로 “원자현미경”이라는 장르의 제품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원자현미경이 통상 쓰이는 전자현미경에 비해 어떤 절대적 우위나 영역확보가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전자현미경이 계속 진화하고 업그레이드 되면 원자현미경의 영역을 침범해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합니다. 만약, 전자현미경이 원자현미경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이 회사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거죠. 반대로, 원자현미경이 가격이 싸지고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전자현미경의 영역을 위협할 수 있는 식으로 갈 수가 있다면, 이 회사의 장기가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되겠구요.

사실, 저는 이 회사 보고서를 보면서 “원자현미경”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정도로 해당 업계는 잘 모르는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그런 업계에 대한 무지는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겠죠. 그런 전문지식보다 더 중요한 건, 이렇게 보고서가 미처 말하지 못하고 있는 행간의 내용들을 파악해서 탐색의 영역을 더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고서의 가치는 이렇게 무엇을 더 알아봐야 하는지 단서를 찾는 출발점 역할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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