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지금보다 좀 더 시간여유가 나면 본격적으로 깊게 배워보고 싶은 투자이론과 전략이 소로스의 재귀이론과 탈레브의 바벨전략입니다. 요즘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이 재귀이론이 참 잘 설명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재귀이론을 요약하면, 효율적 시장가설과는 다르게, 시장은 많은 사람의 잘못된 믿음과 편견이 우연히 겹쳐져서 시장을 한 방향으로 강하게 끌고가다, 그러한 생각이 다시 다수에 의해 오류로 인식될 때 훨씬 급격하게 반대방향으로 변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균형을 이룬 결과치가 다름아닌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물로 간주하고, 그러한 균형 이전의 출렁임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효율적 시장가설이 타당한 설명이라면, 특별한 외부간섭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성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와야 합니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시스템 외부의 간섭과 충격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변동성이 끊임없이 나오는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는게 효율적 시장가설입니다.
반면, 재귀이론은 그 반대로 시장시스템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훨씬 커지고 더 잦아질 수밖에 없는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외부의 간섭같은것이 전혀 없어도,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쏠림과 오류의 인식으로 인한 급격한 반동은 당연하고 막을 수 없는거라는거죠.
재귀이론이 시장의 현실을 더 정확히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다수 참여자의 오류와 편견에 빠졌다는걸 갑작스레 깨닫게 되는 순간, 즉 변곡점을 높은 확률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게 아니며, 그러한 예측에서 매우 큰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 참여자들의 다수가 오류와 편견에 빠져서 어느 한 지점으로 쳐달려가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년말 올해초의 상황이 그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주식을 사느라 달러를 찾아 강달러가 지속되고, 악재도 호재요 호재도 호재로 받아들이며 계속 상승만 하던 미국주식상황이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코로나 판데믹이 세계로 펴져나가 미국 문턱까지 다다랐을 때에도 열광이 식을줄 몰랐죠.
그리고, 이제는 미국주식이 다시 판데믹 이전수준을 다 회복했습니다. 단지 주가지수가 높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기상황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경기상황이 엄혹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찾지 않고 주식만 열광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는 경기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서로 경쟁하며 채권과 주식이 함께 상승하던 일말의 균형이라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러한 균형감각마저 마비된 상황이라 보는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입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채권이 주목받지 않고 수익률이 계속 올라가는(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더 먹을 여지”가 많지 않아보여서일겁니다. 물론 국채 발행양도 더 많아질거고,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기 어려운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상방이 크지 않은것도 사실일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채권이 더 먹을 여지가 적어보인다는 말은 결국 “주식은 지금보다 더 먹을게 충분하다”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는걸 의미합니다.
코로나 이전시점을 넘어선 나스닥에서, 거의 다 회복한 S&P500에서 지금같이 엄혹한 경제상황에서 채권보다 더 먹을 여지가 많다는 다수의 합의가 과연 편견이나 오류가 아닌지,,, 제가 그걸 선명하고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는 없지만, 재귀이론이 더 정확한 시장설명을 설명하는게 맞다면 적어도 어느쪽 포지션에 서 있는게 훨씬 더 돈 벌 기회가 많은지는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운용자금의 10%는 미국장 인버스에, 예수금의 대부분은 국채 etf에 넣어놨습니다. 어제 하루만 보면 인버스는 성과가 있고, 국채etf는 오히려 조금 더 떨어졌더군요. 하지만, 시장의 정확한 터닝포인트가 언제가 될지 정확한 날짜까지는 아무도 알수 없습니다. 다음주가 아니라 다음달이 되어서야 주식의 폭풍랠리가 갑작스레 하락반전할수도 있는거겠죠. 그렇다면, 그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라도 인버스나 채권에 올인하면 안되는거겠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곡점을 앞당길 수 있는 돌발변수가 세계 어딘가, 특히 미국에서 촉발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중무역분쟁이든, 중동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의 증가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도저히 저지를 이유가 없는 충동적인 행동패턴을 종종 보여주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개도국 경제상황에서 출발한 무언가가 많은 이들이 미처 예상 못했던 무언가를 일으키게 될수도 있겠죠.
어쨋던 중요한 건 내가 살아남는 것입니다. 열심히 돈도 마련하고, 그동안 조금씩 수익도 내고 해서 이제 운용자금이 제법 늘어났는데, 너무 과감하게 한 쪽 포지션만 치우쳐서 들고 있다 손해가 나면, 제 멘탈이 정말 버티기 너무 힘들것 같거든요. 이제부터가 진짜 투자 본게임이라는 생각을 하니 긴장되고 떨리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