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느냐 기다리느냐

어제 미국 주식이 크게 올랐네요. 물론, 저번주의 하락폭이 컸기에 지금 들고 있는 S&P500 곱버스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만, 어제 코스피 빠지는 걸 보고 인버스를 고민했거나 들어가셨던 분들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셨을거 같습니다.

자기 생각과 시장이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경우는 많습니다. 애초에 나 자신의 생각이 틀려서 그렇게 된거면 어쩔 수 없는거고, 내 생각이 맞더라도 일시적으로 시장이 변덕을 부려서 내 생각과 다르게 가는 경우에는 내 생각을 끝까지 관철시킬 심리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번주에 미국과 우리나라 국채 가격과 주가 사이 괴리가 너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S&P500 인버스와 채권etf에 예수금을 투자했는데, 조만간 채권가격의 반등을 예상한 제 판단은 틀린것 같습니다. 어제 연준이 ETF뿐 아니라 직접 회사채 매입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수익률이 더 크게 올라갔습니다(가격하락). 연준 입장에서 국채수익률을 건드리는게 결코 유리한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는 상황을 결과적으로 신경쓰지 않고 방치했다는건 우선순위가 다른데 있는거라고 봐야죠. 그렇다면, 각종 채권etf에 예수금을 다 넣어둔 건 내 생각이 틀린겁니다. 채권 etf에 들어놨던걸 시초가에 다 팔았고 1% 이상의 손실을 내고 손절,,, 좀 허망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잘라내는게 맞습니다.

그 다음은 주가의 하락 예측, 연준의 개입으로 주가가 크게 내려갔지만, 아직까지 하락예측의 근거로 제시되던 여러가지 배경들이 사라진 건 없습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면서 떨어질 폭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지금 당장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뿐입니다. 이렇게 내 예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버티기” 아니면 “기다리기”일겁니다. 미리 들어가서 상황이 호전될때까지 버티느냐, 아니면 일단은 빠져나와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을만큼 추세가 형성이 될때까지 기다리느냐,,, 

버티는건 감수해야 할 위험과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대신 성공했을 때 훨씬 편하게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금전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내 마음을 소모시키는 것도 큰 비용입니다. 내 마음이, 심리적인 에너지가 고갈되면 변동성이 큰 주식투자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아, 다 귀찮다. 나는 주식하면 안되는거 같다. 그냥 떠나는게 편할것 같다” 이런 생각에 빠져본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주식을 하다 실수를 몇번 하게 되면 돈이 떨어져 사라지는 속도보다 내 심리적인 에너지가 고갈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자신의 심리상태를 더 조심하고 관리해야 하는거겠죠.

때문에 버티는 선택을 위해서는 비빌 언덕이 확보되는게 필수입니다. 너무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를 쓰거나, 너무 무리해서 들어가면, 역풍이 불 때 버틸 수가 없습니다. 돈이 오링나서 떨어지기 전에 자기 마인드가 먼저 무너져서 나가떨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3월달의 폭락과정에서 TVIX 같이 변동성 심한 상품을 매매하면서도 저같은 쫄보가 그래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운용자금의 딱 10%만 가지고 바벨전략을 어떻게든 구현해보자, 그 돈으로 수익을 내는것보다 내 생각을 검증해보자는 느낌으로 들어갔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걸로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보자는 마인드로 들어갔으면 십중팔구 못버텼을겁니다. 

변동성이 큰 상품을 시세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미리 투자할 때는 심리적으로 비빌 언덕을 만드는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사실, 버티지 않고 기다리는 선택도 어찌 보면 내 마음이 기댈 “언덕”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 자신의 심리상태를 살피고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건 이런 예상과 전망을 한 내 생각이 과연 옳은 생각이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이겠죠. 내 심리가 아무리 냉정하고 차분하며, 자신감에 차있다고 해도 내 생각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무조건 손실이 날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주식이 고평가상태라는 판단의 근거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한번 기록해서, 향후 이런 근거들이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하는것도 내 마음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관건일겁니다. 그렇게 보면, 미리 들어가놓고 버티는 것이나, 때가 올때까지 들어가지 않고 버티는 것이나, 어는쪽이 옳은가는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질문은 둘 다 하든,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든, 어떻게 해야만 효과적으로 내 생각을 검증하고 내 마인드를 관리할 수 있는가가 제대로 된 질문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들고 있는 주식은 어제 코스피나 코스닥 빠지는 폭보다 훨씬 덜 빠졌다가, 오늘 오르는 폭도 지수보다 훨씬 덜 올랐으니 쌤쌤이고, 채권 etf에 너무 성급히 들어갔다 도로 빠져나오면서 지불한 손실은 속이 쓰립니다. 어쨋던, 이렇게 조변석개 너무 큰 등락을 통해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걸 스스로 경계하고 자제하면서 들고 있는 곱버스는 잘 버티고, 더 기다렸다 때가 무르익으면 무얼 해야 할 것인지 열심히 고민해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어쨋던 짬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듬었으니 오늘은 더이상 주식이나 투자로 마음쓰지 말아야겠네요. 퇴근하고나서 해야 할 집안일들 다 하면 다른 잡생각은 말고, 밀린 책들 힘써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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