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넘치니 주가는 올라간다는 명제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요즘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시기가 없는것 같습니다. 삼프로tv라는 하나의 매체에 나오는 전문가들도 들어보면 앞으로 올라간다 내려간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실,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볼거도 없이 상식적으로 봐도 지금 상황이 “애매한” 것은 분명합니다. 벨류에이션을 본다면 올라가기가 쉽지 않지만, 저점에서 지금까지 올라온 기울기, 즉 모멘텀을 본다면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는건 일도 아닐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다는 건 어느쪽으로 배팅을 하건, 그래서 맞추거나 실패하거나 다 운빨인거지 자기 실력으로 맞춘게 아니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배팅을 하기 전에는 다들 마음을 열어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를 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에는 자만심이 내 안에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결론을 내리고 배팅을 했는데, 그 배팅이 맞아서 돈을 벌게 된 다음입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시장이 오를건지 내릴건지, 어떤 패턴이나 규칙성을 보일건지를 예측해서 내 생각대로 결과가 나왔다면, 누구라도 “내가 시장을 맞추었다”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자기보다 수십년 경력을 쌓고 더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가 예측에 틀렸다는 사실을 두고 “그 사람 이제 한물 간거지”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다는 거지요. 마음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반대로, 내가 나름 죽어라 노력해서 시장예측을 했는데 틀렸다,,, 내가 멍청하고 실력이 없어서 틀렸던 걸까요? 그런 시장예측을 못했다는 사실이 내가 더이상 주식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증거라도 되는걸까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인데 자괴감으로 빠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측 자체의 정확도는 내 실력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실력은 끊임없이 갈고 닦을수록 더 예리해지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영역에서 평가하고 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확실한 시장예측을 시도하는 이유는 기대값을 재보고 전략을 짜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더 올라갈거라는 쪽보다 내려갈거라는 쪽, 정확히는 내려가는 쪽에 기대값이 더 높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상승을 점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단지 “유동성” 하나인 반면,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라는 재료만큼 강력한 것도 없겠지요. 문제는 그런 유동성이 주가를 들어올리려면 단순히 유동성이 많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유동성이 넘치니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는 명제가 항상 성립되는게 아니라는거죠.

유동성이 넘친다, 즉 금리가 낮아지고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증권사에 돈이 넘치고 신용거래가 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주가는 올라갑니다. 문제는 그건 바로 어제까지의 문제고 오늘부터 당분간 주가가 더 올라가려면, 이 유동성이 단순히 많은게 아니라 앞으로 더 늘어나는 증가추세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오늘 주식을 사거나 가지고 있다가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넘기기 위해서는 오늘의 유동성이 문제가 아니라 내일, 일주일 후, 한달 후에 유동성이 오늘의 그것보다 더 많아야만 주가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즉, 유동성 장세는 유동성이 증가해야만 지속되는 것이지, 지금 유동성이 많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보다 유동성이 더 늘어나려면 개인투자자보다 외국인투자자가 들어오는게 훨씬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지금보다 더 우리 시장에 많이 들어가려면, 결국은 연준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을 해야만 하는데, 연준은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서 돈을 집어넣는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오르는쪽보다 떨어지는 쪽에 거는게 더 유리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현금비중을 늘려놓고, 작은 금액이지만 S&P500 곱버스도 들어있는 중입니다. 물론, 이런 판단이 맞더라도 내가 똑똑해서 맞은게  아니고, 틀려도 내가 멍청해서 틀린게 아닙니다. 이런 시장 전체에 대한 방향성을 맞추고 못맞추고는 순전히 운일 뿐이고, 진짜 실력은 그래서 어떤 종목이나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자산배분을 어떻게 가져가며, 생각한 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을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내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관철할 수 있는 의지력은 또 얼마나 있는지 하는 더 다양하고 세세한 영역에서 평가되어야겠지요. 

그래서 주식이 쉬운게 아닌것 같습니다. 바로바로 명쾌한 피드백이 없다보니 객관식 시험에만 특화된 저같은 사람에게는 훨씬 더 어려워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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