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지켜보던 종목이 있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할게 아니라서 딱히 어디라고 밝히긴 그렇고, 법정관리까지 갔다가, 최근 정상궤도에 진입한 작은 회사가 있습니다.

업종 자체는 오래된 굴뚝산업이고 별볼일 없어보이지만, 원재료 시세가 구조적으로 내려갈수 밖에 없는데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은근히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공해 때문에 신규진입이 막혀있어서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아직 사정이 완전히 호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기에 관심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시가 뜨더군요(스마트폰 다트 앱에서 관심종목들의 공시가 올라오면 알람이 울리게 설정가능합니다.) 골프장을 인수한다더군요.

자본금 50억짜리 골프장 회사를 180억에 인수한다는거까지는, 뭐 그럴수도 있지 했습니다. 그런데, 공시를 쭉 읽다보니 갑자기 970억원이라는 숫자가 튀어나옵니다. 이게 뭔가 봤더니 “기대출 PF금액 970억원 상환 조건”이라는 문구가 뜹니다. 회사의 순자산(자산-부채)이 900억인데 말이죠,,,

회사는 최대주주가 개인이 아닌 법인입니다. 그 법인이 가지고 있는 지분도 생각보다 많지 않죠. 개인투자자들 지분이 많은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확보한 경영권을 가지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서 일단 제 관심종목리스트에서는 지웠네요. 회사가 너무 잘나가서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인수한 골프장 상황이 어떤지, 그 골프장의 인수과정에서 오너나 특수관계자들이 어떻게 연관되있는지 따져보고 횡령이 아니라 정말 잘한 결정일 가능성을 계산해볼 수도 있겠죠. 근데, 경영상황이 안정기에 있는게 아닌 상황에서 이런 업종과 상관없는 인수에 이렇게 큰 액수를 쏟아붓는 상황이라면, 다른 더 좋은 기업들, 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이 기업을 더 파보고 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죠.

그러고 보면 공시라는게 참 재미있는것 같아요. 세상 흘러가는 이치의 일부를 가끔씩 보여주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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