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번스타인의 가치주, 성장주, 기술주

리처드 번스타인의 책 “소음과 투자”는 뒷부분이 알짜 내용인데 처음 읽을때는 그걸 모르고 넘어갔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기업의 이익성장에 따른 라이프사이클을 아래와 같이 구분합니다.

성장고점 – 추락 – 어닝쇼크 – 본격적 하락 및 이익추정치의 수정 – 소외 – 무시 – 성장 저점

성장 저점 – 긍정적 어닝서프라이즈 – 이익 상승 및 이익추정치의 상향수정 – 이익 모멘텀 – 성장고점

시계로 비유하자면 성장고점이 12시, 성장저점이 6시입니다. 성공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성장 저점인 6시에 투자를 시작해서 성장 고점인 12시에 팔고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그렇게 딱딱 성장저점과 고점을 맞히는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점에서 사는것에 집중하려는 가치투자와, 성장의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때에 사려는 성장투자의 두가지 전략으로 갈리게 됩니다.

성장투자의 장점은 대게 즉시 이용가능하거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해서 매입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ROE, RSI(상대강도), 5년이익 증가율 같이 hts에서 금방 확인가능한 수치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반면, 조심해야 하는건 기업이 12시 성장고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걸어도 한동안은 대중매체의 열광이 계속되고, 해당 기업과 경영진에 대해 찬양일색인 분위기로만 채워지기 때문에 자칫 너무 오래 들고 있다가 기업이 내리막길을 걸을때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가치투자는 진입시점을 잡는게 가장 어렵습니다. PER, PSR, PBR, 배당할인모델 같은 기본적인 지표들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기업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주가의 저점이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는건 성장투자를 할때만큼 명확하지 않습니다. 가장 어려운게 온갖 악재가 대중매체에서 쏟아지고 해당기업이 난리가 나는 그 시점은 들어갈 시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 소란도 다 지나가고, 더이상 투자자들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완전한 소외의 시점이 진짜 바닥에 가까운 시점이기 때문에 자칫 서둘러 들어가면 3년을 기다려도, 5년을 기다려도 바닥은 커녕 지하실을 뚫는 경험을 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진짜 장점은 이렇게 위험한 대신 수익률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6시에 해당하는 성장저점만 지나고 나면, 남은건 오르막길밖에 안남았으니 맘편하게 계속계속 들고있기만 해도 주가는 알아서 올라가줍니다. 그렇게 기업의 성장이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 싸이클에 들어서면 그 때 팔아도 되고, 점점 성장을 가속해서 성장주로 변하게 되면 12시가 될때까지 계속 들고가도 됩니다. 상대적으로 장기간 안심하고 들고갈 수 있는만큼 통계를 돌려봐도 객관적으로 성장투자전략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립니다.

요약하면, 가치투자는 너무 일찍 매입하지 않게 시장의 소음을 조심하는게 관건이고, 성장투자는 너무 늦게까지 들고가지 않도록 마찬가지로 시장의 소음을 경계하는게 관건입니다. 

이런 대비되는 기업이익에 대한 관점 때문에 시장이 호황이라 이익싸이클이 하락하느냐 상승하느냐에 따라 실적을 올리는 전략이 달라지게 되는데, 불황으로 금리가 떨어지고 평균EPS가 감소하는 상황에선 그만큼 이익을 내는 기업이 드물고 돋보이기 때문에 성장주가 주가가 올라가며 고퍼주가 되는게 일반적이고, 호황이 시작되어 시장의 평균EPS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로 경기민감주가 대부분인 가치주가 저평가를 해소하며 큰 수익을 냅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돈을 버는게 아니라 좋은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경향은 통상적인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상황이 거꾸로 뒤집어지는 경우가 가끔씩 나옵니다. 시장 평균EPS가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장주들의 주가가 거꾸로 올라가고, 평균EPS가 크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가 수익을 내는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하는데, 그게 다름아닌 “버블” 전후의 상황입니다. 대중이 광기에 가까운 열광으로 주식을 사날리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평균EPS가 올라가는 호황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에 미친듯이 달려드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일부 경기민감주가 고평가되는데, 그런 과열된 경기민감주를 우리는 “기술주”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성장주와 가치주의 상관관계가 왜곡되는 버블이 꺼지고 시장EPS가 추락하게 되면, 그 반동으로 인해 평상시와는 달리  가치주가 크게 각광받고 성장주는 완전히 소외되는 기현상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과거 70년대의 니프티50과 IT버블이 그랬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시장EPS가 크게 올라간 S&P500에서 각광받고 있는 주식이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 내지 기술주라는 현실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고, 앞으로의 대응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힌트도 제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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