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트르부르크의 역설에 대해 나오는 위키피디아 출처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고 동전던지기로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쉽습니다.
일단 우리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5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건 돈을 다 잃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우리가 이 게임을 한 번 하는데 얼마까지 돈을 거는게 합리적일까요? 확률적으로 해당 게임의 기대값은 500원 x 50% 승률이므로 250원이라고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게임 한판에 250원 이상의 돈을 게임비로 내면 손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게임을 가정해 봅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500원을 주고 다시 한번 동전을 던질 기회를 줍니다. 여기서 다시 앞면이 나오면 그 두배인 1,000원을 더 받는것과 동시에 또 한번 동전을 던질 수 있고, 그 다음판에서도 앞면이 나오면 또다시 두배인 2,000원을 받습니다. 언젠가 뒷면이 나오면 해당 게임이 종료선언되고 그때까지 받은 상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확률은 낮겠지만 동전을 던져서 앞면만 계속 나와준다면 무한정 상금을 받을수도 있는겁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 한게임당 얼마까지 참가비를 내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걸 계산하기 위해 일단 기대값을 구해봅니다. 첫번째 동전던지기에서 뒷면이 나와서 게임이 단박에 끝날 확률과 앞면이 나와서 500원을 받고 두번째 던지기로 이어질 확률이 각각 50%이므로 일단은 500원 x 50% = 250원, 여기서 다시 앞면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250원(첫번째판 상금)+250원(두번 연속 앞면이 나올 확률 25% x 1,000원 상금), 또다시 앞면이 나와줄 상황을 상정하면 250원+250원+250원(세번 연속 앞면 나올 확률 12.5% x 2,000원 상금),,, 이런 식으로 네번째 다섯번째 판으로 이어질 경우까지를 모두 기대값으로 구해야 합니다.
결국 이 게임 한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대값은 250원*무한, 즉 무한한 기대값을 가지는 게임이 되지요. 이론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게임이 존재한다면 한 게임당 참가비를 1억원을 내도, 100억원을 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느낌상 이 게임한판에 정말로 100억원을 기꺼이 낼 사람이 있을것 같진 않습니다. 수학적인 계산과 현실 사이에서는 뭐가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본다면 분명 이 게임의 기대값은 무한대입니다. 게임 한 판의 참가비가 100억원이든 1,000억원이든 아깝지 않은게 분명하지만, 허무하게 첫 판에 뒷면이 나온다면, 그 참가비가 날아가버린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아무리 기대값이 무한대에 가까운 게임이라 하더라도 매우 현실성 있는 확률로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한번에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면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돈만을 참가비로 낼 수 있다는게 이론과 현실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근본적인 차이점은 해당 게임을 딱 한번만 할 수 있느냐, 아니면 무한에 가깝게 여러번 시도해서 리스크를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느냐 하는것도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겁니다. 한번밖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한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참가비는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대신, 리스크를 분산시키기에 충분할만큼 게임을 여러번 시도할 수 있다고 한다면, 무한한 기대값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큰 돈을 걸어도 두려울 게 없는겁니다.
이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을 주식시장에 대입해볼 수 있는 사례가 다름아닌 성장주 내지 벤쳐기업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보통 벤쳐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수백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성공한 벤쳐기업이 보통 수백배,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유니콘기업이라면 수십만배의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본 투자자는 다른 투자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단순한 확률계산으로 봐도 수백개가 실패해도 한개만 성공하면 실패한 돈을 다 건지고도 몇배를 불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박의 기회가 와도 실제로 돈을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명암이 크게 갈리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게임을 여러판으로 나누어서 최대한 리스크를 분산했느냐, 그렇지 않고 단판승부에 가깝운 투자만 하다 제풀에 지쳐서 기회를 날려버렸느냐 이 차이일겁니다. 그만큼 가치평가가 어렵고 성장성을 어림잡기 어려운 벤쳐투자나 성장주투자일수록 리스크를 분산하는게 중요하다는게 상트 페테르부르크 역설의 함의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분산은 종목 수를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간도 충분히 장기간을 가져가는 것도 포함하는 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