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라는게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그렇게 한심하고 나약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심리가 그렇게 한심하다는 걸 제일 잘 아는건 다름아닌 각자 자신이죠. 그런데,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하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마주대하는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기에 사람은 방어기제로 다들 “그렇지 않은 척”을 합니다.
요즘 하나의 트렌드가 되버린 플렉스(flex) 열풍도 가만 보면 극단적으로 돈이 많거나 쪼들리는 사람들보다는 빠듯하게 사는 사람들이 거기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게 고통스러운거죠. 자신의 스트레스풀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걸 자백하는게 되버리니 그 빠듯한 경제상황 중에서도 무리를 해서라도 과소비를 하게 됩니다.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다가도 뭔가 일이 틀어져서 상황이 꼬이거나 “이게 아닌데?” 라는 느낌이 들 때에도 내가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못내 “나는 대범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연기를 하다가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존감”의 문제라고 보는게 더 정확한 분석일 수 있다고 봅니다.
돈을 버는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단순하고 무식한 일입니다. 뭐든 닥치는대로 시도해보다 운이 좋아 되는 아이템을 발굴하면 거기에 메달려서 계속 규모를 키우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겁니다. 사업이든 투자든 결국 많이 이거저거 안가리고 다양하게 경험하고 시도해본 사람이 결국에는 이길수밖에 없죠. 그건 그 사람의 도전정신과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확률법칙상 당연한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 능력때문에 성공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보니 다양하고 적극적인 도전과 실험보다는 많은 시간동안 계획과 장고 끝에 한두번의 결정적인 시도로 쿨하게 성공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격필살의 승부수는 실패할 확률이 극단적으로 올라가게 되있어요. 주사위를 굴려서 숫자가 1-3이면 벌금 천원, 4-6이면 상금 5천원인 게임이 있다고 칩시다. 누가 봐도 기대값이 높은 유리한 게임이지만, 그 게임을 단 한번만 하면 반드시 50%의 확률로 실패하게 되있는거지요. 이런 게임을 100번, 1,000번 이렇게 게임 횟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도저히 질수가 없는 게임이 되는데 왜 큰거 한방이라는 매력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하게 되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하더라도 장기투자가 유리하고,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게 유리한데, 그렇게 돈을 버는것이 불만이고 자꾸 정반대로 하는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돈을 벌고 싶어서 주식을 하는게 아니라 내 능력, 내 똑똑함 때문에 시장을 이기고 돈을 벌었다는 자의식을 충족시키고 싶어서 주식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돈 많은 척, 대범한 척, 똑똑한 척 하는 멍청이가 누구냐,,, 네, 바로 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스스로도 이런 성향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거지요. 물론, 제가 보유한 종목이 적고 공부와 고민을 하는데 투자 자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다른 이유(내지 변명거리?)가 없는건 아닙니다. 투자철학을 고민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않으면 귀가 얇은 제 성격상 시류에 휩쓸려다니며 일상과 본업마저 휘둘려서 집중하지 못했을거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변명을 그럴싸하게 하더라도 현실의 문제들이 저절로 사라지는건 아닙니다. 이러저러한 고비 때마다 내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흔들림이 커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부정하면서 자존감을 지키려고 벌인 일들이나 결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저지른 실수들이 몇차례 반복되는걸 보면서 그런 실수들 하나하나를 개별적인 사안으로 찢어놓고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무얼 위해 투자를 시작했는지, 그 안에 순수한 돈문제가 아닌 다른 삿된 마음이 섞여 있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는것이 더 절실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글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