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배터리데이 때 발표한 내용들에 주주들이 실망해서 테슬라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만, 저는 일론 머스크가 정말 대단한 경영자라는걸 새삼 느끼게 됬습니다. 어제는 테슬라를 까는 글을 썼으면서 무슨소리냐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테슬라나 일론 머스크를 깐게 아닙니다. 테슬라 주가를 깠을 뿐이죠.
어쨋던, 정말 대단하다는걸 느낀게 현재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절대절대 하면 안되는게 뭔지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지금 시점에서 테슬라가 절대 해서는 안되는게 두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첫째는 경쟁이고, 둘째는 실기, 즉 타이밍을 놓치는겁니다.
기존의 완성차업체들과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걸 했다가는 백이면 백 소모전에 돌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기존 거대기업들의 조직력과 자본력에 회사역량이 하나하나 깍여나가며 말라죽게 될수밖에 없죠. 그래서 아예 다른 회사들이 테슬라와 경쟁할수 있는 구도 자체를 다 지워버린게 이번 배터리데이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배터리 가격을 수년 내에 지금의 절반으로 만든다고 해도 보조금을 받지 않고 2천만원대의 차를 뿌리겠다는건 마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감히 가격 가지고 우리와 경쟁하겠다는 의지 자체를 박살낸 선언이었죠. 설령 테슬라가 약속한 시간 내로 배터리 가격을 지금의 절반까지 내리지 못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2천만원대 전기차를 팔지 않을까요? 저는 손해가 나더라도 무조건 판다고 봅니다. 그걸 못하고 대당 마진으로 돈 벌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그 순간 기존 완성차 업계와의 무한경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시작될겁니다.
또하나 대단한 점이 타이밍의 중요성을 정말 절묘하게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예전 엑스닷컴 시절 페이팔 서비스로 온라인결제시장을 선점했던 칸피니티와 출혈경쟁응 하다가도 닷컴열풍이 수그러들 조짐을 인식하자마자 경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는 걸 간파, 칸피니티와 합병을 단행합니다. 더 놀라운건 그렇게 합병한 후 기존의 엑스닷컴이 벌렸던 모든 사업을 다 정리하고 칸피니티의 페이팔서비스 하나에 모든걸 집중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기업공개에 충분한 발전모델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때까지 자기가 해왔던 모든 것들을 사심없이 포기한 대신 시간, 즉 타이밍을 잃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게 어지간한 결단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선택입니다.
테슬라가 지금처럼 성공한 이유 또한 한 번 밖에 없던 기회를 포착하고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정권 동안 녹색 일자리창출이라는 분위기에 많은 친환경기업들은 보조금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올거라 안이하게 생각하던 것에 반해 일론 머스크는 이런 안이한 분위기가 얼마 가지 못하고 기회는 오직 한번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절박하게 보조금 로비에 메달렸습니다. 결과 솔린드라 파산으로 보조금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퍼지기 직전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배터리데이에서 기술적 진보 보다 가격적 요소에 집중해서 비젼을 보인 이유도 저는 타이밍에 있다고 봅니다. 언제까지나 전기차나 친환경차에 보조금이 나올수 없는 상황, 특히 수소차는 여전히 보조금이 나오고, 하이브리드차도 여전히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고 나가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이 타이밍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판단력은 대단하다는 말도 궁색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지금 타이밍은 한가하게 한번 충전에 몇키로 간다는 식의 기술자랑이나 하고 있을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한건데, 저도 그런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테슬라가 나중에 모든 완성차 회사들을 다 때려눕히고 애플 못지 않은 플랫폼 독점회사가 될다고 주장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리스크와 변수가 있기에 지금같은 주가에서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건 여전합니다.
그런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는 오늘도 해야 할 것을 알아서 착착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할게 없죠. 오히려 정말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건 배터리 제조사들이 아닌가 합니다. 각국 정부가 조만간 배터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싸질거라 기정사실로 전제해놓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게 된 다음에도 전기차가 여전히 성장을 계속할수 있는지, 그 때 수요가 폭박할거라 기정사실로 전제해놓고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 공장을 짓고 설비를 만들었는데 정작 그정도의 수요가 안생기고 수소차 시대가 와버리면 어떻게 될런지,,, 안이한 경영판단의 결과는 언제나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으로 귀결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