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말 큰 관심을 받으며 회자되던 키워드가 “10년 주기설”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97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지면서 다음번 10년차인 2017년에 또 무언가 큰 건이 터지리라는 이야기로 분위기가 장난아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부동산대폭락을 부르짖으며 책팔아먹어서 돈번 사람도 있었고, 수많은 블로거들이나 자칭 타칭 경제전문가들이 주식 대폭락을 예언하거나 경고했었습니다.
그딴 미신을 철썩같이 믿고 2017년과 2018년에 집을 팔고 주식을 처분했던 분들이라면 반도체 슈퍼싸이클과 바이오광풍으로 맞았던 큰 기회를 지나쳤을것이며, 이어진 수도권 아파트 버스에 올라타지도 못했을겁니다. 물론 당시 주식이나 부동산에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저도 기회를 놓쳤습니다.
경제건 주식이던 부동산이던 경기에 사이클이 존재한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이클은 정해진 주기와 타이밍에 따라 톱니바퀴 움직이듯 기계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는것도 조금만 관찰하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이 상승의 초기국면인지, 아니면 한참 지나 이제 곧 떨어지기 얼마 전의 국면인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과 확률분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확률적으로 높은 추정치를 계산하는것까지만 가능한 거지요. 2015년부터 코스피200 기업군의 평균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폭락을 정해진 미래처럼 단정하는 판단을 하거나, 부동산수급동향과 주택관련 대출액의 꾸준한 증가 및 갭투자 동향같은게 아닌 10년 주기설이나 인구론같은 걸 근거로 해서 집을 파는 결단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성공한다 하더라고 결코 반복해서는 안되는 우매한 행동일 겁니다.
결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중보다 남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가치있는 정보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알기 쉬운 정보가 전문적이고 입수하기 어려운 고급(?)정보보다 훨씬 가치있는 정보입니다. 어떤 산업이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것인지, 그런 산업 내 특정 기업의 경영상태가 대충 어느정도 상황인지,,, 이런건 굳이 정밀하지 않아도 대강으로라도 알고 있으면 확실하게 투자판단에 써먹을 수 있는 매우 가치있는 정보입니다. 거기에 더해 특정 기업의 주가가 어느정도로 저평가되있는지, 고평가되있는지도 숫자로 몇퍼센트 저평가,,, 이런 수식계산까지 할 필요가 없이 대충 심하게 저평가 되있거나 심하게 고평가 되있는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특정한 방향으로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걸 대강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여러 이변에 의해 발생하는 반대방향의 움직임, 즉 조정이 있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그러한 변동은 확률법칙에 의해 희석되기 쉽다는 확률법칙에 따라 훨씬 높은 확률과 기대값의 투자를 시도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인내와 믿음을 가지고 확률분포를 추론하고 리스크를 감수해서 꾸준히 투자를 하다보면 감에만 의존해 도박을 하거나 철썩같이 주기설 같은 미신만 믿고 행동하는 사람보다 확실히 좋은 성과를 (높은 확률로) 낼수 있을겁니다.
그래서 사이클의 본질을 이해하는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금융의 역사를 배워야 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패턴의 이면의 이유에 주목하는 행동지침을 설정해야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하워드 막스의 책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은 이렇듯 사이클이라는 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거기에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확정적인 지침이나 단답형 해답을 제시하고 그걸 외워라는 식의 말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유용한 지침은 책의 맨 앞부분에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 케케묵은 교훈들을 통해 다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대다수 독자들을 그런 뻔한 이야기들 말고 더 신묘하고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며 책을 계속 읽어가다 모호한 내용들밖에 없다며 실망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 읽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핵심은 첫 10% 분량 안에 다 나와있고, 나머지는 그런 교훈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강조하기 위해 사이클이라는 것에 대해 파고드는 부수적인 내용에 가깝다고 이해하고 책을 읽어간다면 훨씬 유익한 독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