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것입니다.

“노동의 종말”이라는 화두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능력이 어느순간 급격히 확장되는 시점, 이른바 특이점을 말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전망과 논의가 크게는 “이번엔 뭔가 다르다” 라는 오래된 키워드의 한 변주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발전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의 보급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며 러다이트 운동을 야기했습니다. 컴푸터는 인간의 단순한 연산능력을 넘어 정교한 조작능력과 감각을 추월한지 오래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본격화되면 드디어 인간의 창의성도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는게 당연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노동을 완전하게 대체하고 육체노동이라는 직업이 사라지가 만들었는지를 돌아보면 뭔가 이상한 걸 느끼게 될겁니다. 증기기관을 넘어 전기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운영되고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르는 운송기계가 나온 후에도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사라졌거나, 그 수가 크게 줄어들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는가요?

2000년 IT정보혁명 이후 컴퓨터의 막강한 연산능력과, 수많은 영역에서 이어진 정보혁명과 혁신에 정신노동자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고 정신노동자, 내지 사무직 노동자들이 사라졌는가요?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 이미 완결되다시피 한 지금에 와서도 육체노동의 종말이나 정신노동의 종말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온다고 해서 거창하게 “노동의 종말”을 상정하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요.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직업이기도 한 영상의학과의사는 만약 “완벽한 영상판독”을 할 줄 아는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봤을 때 영상의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되거나 대거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까요? 일자리가 상당부분 줄어들거라는 예측은 타당성이 있으나 영상의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현직 영상의 대다수가 직업을 잃는 미래를 상상하는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완벽한 영상판독이 영상의라는 직업을 대체하는게 아니라 영상의의 업무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도구로 환영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환영을 받느냐면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줄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늘어난 효율, 즉 노동생산성 만큼 일자리가 고스라니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영상의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판독 건수와 판독서비스의 질이 늘어나는 만큼 이전에는 CT나 MRI를 설치하지 못하던 의원급 기관에서도 장비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총 판독건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결국 기계장치가 되었든 컴퓨터가 되었든 인공지능이 되었든 간에 “노동생산성의 증가”라는 결과를 일으키고 사회를 한단계 더 변모(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시킨다는 역사의 되풀이가 한번 더 반복될 뿐이라고 봅니다. 이런 인공지능 특이점에 대한 논란에서 정작 잡아내야 하는 진짜 본질은 인터넷이 우리에게 안겨준 화두와 같은 역할을 해줄겁니다. 그것으로 전세계적인 혁명과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앞으로도 수십년의 도도한 세월이 소요되겠지만, 대중의 열광과 환호를 거쳐 주식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몇 년 걸리지 않을거라는 역사의 반복 말이지요.

결국 이번에도 다를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IT가 만든 거품, 스마트폰이 만든 거품, 플랫폼기업이 만든 거품도 언젠가 꺼진다음 마침내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이 만들어낼 또다른 “이번엔 다르다” 열풍으로 거품이 도래한다 하더라고 이또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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