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치평가는 특정 기업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적”인 내재가치가 존재하고, 우리가 그 가치를 짐작할수 있다고 믿어서 그걸 찾아다니는 작업으로 이해하면 결코 안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이데아 세상에나 존재하지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걸 찾아다니는 것도 시간낭비입니다. 기업의 가치평가는 궁극적으로 미래에 이 기업이 얼마나 큰 돈을 벌것인가를 예측하는게 아니라 지금 현재 내가 이 기업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안전한가를 판단하는데 활용해야 합니다.
테슬라는 좋은 기업이 맞는데, 지금 주가가 비싼지 어떤지 애매해서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이 “현재의 주가”가 어떻게 형성되어있는가를 확인하고 이해 하는겁니다. 현재의 순이익 기준이라면 PER이 수백배이니 그걸로는 현재의 주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자산 가치로도 당연히 말이 안되고, 이른바 “꿈”에 가치를 둔다고 해도 납득하기는 쉽지 않은 가격입니다. 왜냐하면 그 “꿈”이 실현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과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당장 인플레로 인해 금리가 갑자기 올라가서 한 5%정도만 된다 쳐봅시다. 그 꿈의 가치는 엄청난 속도로 쪼그라들 수 밖에 없습니다. 테슬라가 정말로 엄청나게 성공하서 1년에 몇프로의 ROE를 기록해야 지금의 주가수준이 정당화될것 같습니까? 20년의 기간을 상정해도 20%정도는 우습지도 않을겁니다. 그런데, 그 ROE에서 금리 5%씩이 까지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사상누각이 되버리고 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통적”인 가치평가법으로는 지금의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게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다모다란 교수의 리얼옵션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의 극단적 선반영과 하방이 막혀있는 옵션상품의 특징이 대중의 선택에 의해 반영되어 현재의 주가가 설명될 수 있다는 리얼옵션 밸류에이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테슬라를 향한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선택은 “나는 옵션 투자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에 서는 겁니다. 현재의 테슬라 주가는 미래의 기대를 극단적으로 선반영하고 있으며, 그렇게 상방이 열려있는 기대감과 변동성의 크기에 따라 얼마든지 앞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옵션의 특징인 “막혀있는 하방”의 실체가 “투자금이 전액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임을 인식하고 그런 위험을 떠안는 것을 거부하는 길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위험보다 크다는 냉정한 계산이 서는 종목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복권이나 선물옵션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리얼옵션 밸류에이션”에 의해서만 성립되는 주가의 주식을 살 이유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는겁니다.
두번째 선택은 “옵션의 변동성을 이용하면 얼마나 좋은데” 라는 입장에 서는겁니다. 일주일에 천원, 2천원 정도 복권을 사는게 그렇게나 멍청하고 비이성적인 행위가 아닌것처럼, 옵션 상품도 현명하게 전략을 잘 짜면 오히려 위험을 줄이고 큰 돈을 벌수 있는 유용한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겁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테슬라를 꾸준히 보유하고 있었던 분은 “상방이 열려있다”는 말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황홀한 표현인지를 온몸으로 느끼셨을겁니다.
결국, 특정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한다는 작업은 전적으로 투자자 각자의 입장과 전략적인 선택에 종속되어야 하는, 결정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지, 정답이 정해져 있어서 내 답이 맞고 다른 사람의 대답은 틀렸다 이런게 아니라고 봅니다. 설령 그런 밸류에이션 대로 주가가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이 주식의 무엇을 보고 샀는지를 스스로 잘 계획하고 납득했다면 당황할 이유도 없을겁니다.
저 또한 저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테슬라에 투자를 한 상태입니다. 다만, 저는 위에 기술한 두가지 선택과 다른 “보험”의 측면으로 테슬라 3배 숏 상품에 투자를 했는데, 어쨋던 테슬라에 투자를 한 건 맞는거지요. 테슬라가 지금보다 더 잘나가서 주가가 크게 오르면 제가 투자한 돈은 거의 0에 수렴할 겁니다만, 거기에서 마이너스가 되는건 아니니 이 또한 “하방이 막혀있는” 안전한 투자인 셈입니다. 거기에 더해 경제위기가 오거나 금리가 지금보다도 더 갑작스럽게 오르든지 성장주가 전반적으로 평가절하되기 시작한다면, 가장 민감하고 급격하게 떨어질 확률이 높은 주식은 아마도 “테슬라”일 겁니다. 그런 경우에는 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불황으로 녹아내리더라도 이 3배수 숏에 투자했던 상품이 “상방이 열려있는” 것의 위력을 보여주며 어느정도 완충작용을 해주게 될겁니다.
결국, 테슬라라는 기업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실은 미래에 대해 전혀 모르고 관심조차 없어도 성공적인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내가 어떤 전략을 세워서 결단을 내린다면, 그러한 전략에 맞게 투자비중을 맞추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게 몇배는 더 중요한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