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이라는 비합리적 집단행동

1893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공황은 지금 보면 누가 봐도 “미쳤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비합리적인 집단행동이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당시 공황을 일으켰던 건 하나의 소문이었습니다. “재무성이 금태환을 중지할 지도 몰라” 라는 출처 불분명한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이 계속 부풀려지면서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여 일어난 게 당시 공황의 시작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금본위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재무성의 금태환 중지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누가 봐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건 당연히 금이 될 것이고, 가치가 떨어지는건 달러화 지폐가 될겁니다. 그렇다면 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성의 그런 조치가 실현되기 전에 줄을 서서라도 달러를 싸들고 재무성에서 금을 찾아와야 할겁니다.

그런데, 실상 그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패닉이 발생하자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가치가 하락해 쓰레기가 될지도 모르는 달러화를 인출하기 위해 지역의 상업은행 앞에서 줄을 섰었던 겁니다. 그렇게 예금인출이 격화되자 많은 은행들이 결국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뱅크런 사태를 일으키면서 공황이 촉발되게 됩니다.

왜 당시 대중은 상식과는 정 반대의 어이없는 미친(?) 행동을 일으켜서 공황을 일으켰을까요? “내러티브 경제학”의 저자 로버트 쉴러 교수는 당시 어떤 자료를 봐도 “그 전의 공황에서는 뱅크런 사태가 일어났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거라고 믿었을 것”이라는 추정 말고는 그런 행동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합니다. 당시 대중의 뇌리에는 “경제위기 = 뱅크런” 이라고 뇌리에 박혔을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 존재했기 때문에 위급함을 느낀 상황에서는 단 1분의 성찰도 없이 예전 상황이 고스라니 반복될거라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상 있었던 수많은 공황과 침체가 주가하락과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결과물은 비슷했지만, 강도나 매커니즘은 다 제각각 달랐다는 걸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그렇게 제각각 다른 방식과 강도로 경제시스템에 문제가 왔는데 사람들의 행동은 큰 차이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파국으로 가는 열차에 다들 올라타는가 생각하면, 그게 인간의 운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하지만, 내 돈을 지키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당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오른 자산과 코로나 위기 이후 크게 오른 자산이 다르고, 경제의 정상화 속도나 전개양상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10년 전의 위기에 준거해서 투자결정을 할 경우 실패할 확률은 크게 높아질 겁니다.

또한, 위기의 진행과 회복 과정에서 사람들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 믿고 그런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인간을 전제로 성립되는 “경제학”에 의거해 미래를 예측하려고 했다가는 1890년대의 공황때와 같은 황당한 상황을 다시한번 맞딱뜨리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수많은 석학들, 투자 구루들, 업계 전문가들이 도저히 예측도 설명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대중이 움직이며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오늘날에도 버젓이 재현될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나 투자나 섯불리 예측하려 하지 않는게 중요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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