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풀어낸 수학자(짐 사이먼스 일대기)

현재도 기록적인 수익율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는 퀀트 트레이딩 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러지를 세운 짐 사이먼스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전기 형식의 책입니다.

유능한 수학자이자 교수였던 짐 사이먼스가 종신교수직을 포기하고 투자회사를 설립한 1978년부터 자신의 전공인 수학 알고리즘을 투자에 활용해서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소신을 끝까지 밀어부쳤었습니다. 초창기 바움-웰치 알고리즘같은 초보적 수학 알고리즘으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전문가와 함께하고 더 빠른 컴퓨터와 더 방대한 라인의 소스코드, 대형 은행이 제공하는 정교한 레버리지상품과 기회들을 활용해 많은 장애와 굴곡을 넘어 지금의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사이먼스나 그 누구도 반드시 시장을 이기는 투자방식 같은 무적의 성배같은 걸 손에 넣지는 못했습니다. 언제나 알고리즘이나 예상이 틀릴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옳은 진리가 아닌 충분히 자주 옳은 정도의 “확률적 유의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고,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인 데이터나 알고리즘만 맹신하다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오류나 심리적 함정에 휘둘려 파산과 파국으로 치달은 경쟁자들의 추락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사이먼스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도 매매알고리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그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허우적대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 사이먼스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4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며 살아남아 퀀트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성공하게 된 이유가 뭘까를 책을 읽으며 돌아본다면, 결국에는 “운이 좋아서” 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바움-웰치 알고리즘의 그 바움, 엑스-코첸 정리의 엑스, 애플2 컴퓨터로 데이터 수집장치를 만든 산도르 스트라우스, 스트라우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회귀상관 알고리즘을 개발한 르네 카르모나, 고정관념을 깨고 매매빈도의 확대와 포지션 유지기간의 축소를 통해 다시 한번 한계를 돌파하게 해준 엘윈 벌캄프, 결합효과(combination effect)를 발견하고 좀 더 단기간의 세분화된 데이터분석을 시도해 94년 연준 금리인상으로 인한 패닉상황에서도 71%의 수익을 올려준 일등공신 라우퍼, 3만개의 코드라인에 불과했던 프로그램을 50만개의 코드라인의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해준 브라운과 머서 등등,,,, 그의 회사가 한계나 위기에 봉착할 때 쯤이면 기가막힌 타이밍에 영입한 인재들이 포텐을 터트리며 난국을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만은 할 수 없는게 그렇게 기라성같은 인재들을 끌어모아서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서 어려운 상황마다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도록 끌어간 것은 온전히 짐 사이먼스 그의 경영자와 리더로서의 능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결국,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이뤄낸 금자탑은 퀀트 투자의 위대함이 아닌, 짐 사이먼스의 경영능력, 특히 인재를 알아보고 끌어와 활용하는 인재관능력의 탁월함에 “행운”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결과라는게 책을 읽고 낸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퀀트 투자나 알고리즘 매매라는 것이 냉철하고 감정과 직관이 배제된 채 수학과 컴퓨터 지식만 있으면 알아서 돈을 벌어다주는 매력적인 트레이딩전략으로 이해하고 입문하려는 분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실망하게 될겁니다.

오히려, 투자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으며,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같은 능력 품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행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며, 아무리 그렇게 운이 좋아 성공해도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종국적으로는 LTCM 같은 꼴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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