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도로 가는 침묵의 길(Silent Road to Serfdom)

제목은 2016년에 샌버드 번스타인이라는 투자자문사에서 쓴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리포트가 이렇게 거창한 제목을 달아서 설파한 내용은 패시브 투자, 즉 지수연동 etf 투자는 주식시장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며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에 해롭다는 겁니다. 패시브 자산의 폐해를 경고하는 리포트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 번역된 리포트 자료를 찾지 못해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주된 요지는 이렇습니다.

  1. 패시브 펀드는 실적이 좋지 않거나 악재가 있는 기업에도 투자금이 유입된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기업에는 오히려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좋은 기업,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다.
  2. 이러한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이 누적되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질수밖에 없다. 지수만 따라가면 되므로 펀드 매니져들은 노력하지 않고 게을러진다.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투자가 남발되면 결국 패시브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렇게 무가치한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큰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 예 : 신풍제약의 신약개발설로 주가가 30배 폭등했을 때 코스피200 편입 후 패시브자금의 계속적인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
  3. 효율성이 없고 구조화된 상품에 지나친 자금이 몰리면 반드시 유동성 거품이 형성된다.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의 평균값인 지수를 올리면서 패시브펀드 수익률도 상승하는 상승효과가 시장이 충격을 받게 되면 충격을 훨씬 크게 증폭시킨다. 지수비중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편입된 주식들이 경제충격이나 불황같은 하락국면에서 제대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존 보글이 들으면 ”그래서 시장을 이기는 액티브펀드가 얼마나 있느냐”라고 뼈있는 반론을 제시할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 개인의 수익률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펀드를 선택하는게 유리한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화된 자산에 지나치게 큰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시장의 효율성이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가,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 나의 투자기간 중에 발생해서 거품붕괴의 상황을 목도할 가능성이 과연 존재할수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패시브투자를 하고, 액티브펀드의 씨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도래하면 나는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마주서야 하는겁니다.

그렇다고 액티브펀드가 답이라는 것도 아니고, 패시브 투자도 효율적인 시기는 분명 존재합니다. 다름아닌 제로금리의 유동성파티가 한창인 지금 시기야말로 패시브자산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문제는 지금처럼 미래세대에 써야 할 금융통화정책을 모조리 끌어써버린 이후 미래에도 패시브펀드가 여전히 대세이자 확실히 돈을 불려줄 수 있는 왕도로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균형잡힌 관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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