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직 영상의학과 의사입니다. 요즘 영상의학에서 제일 핫한 이슈가 인공지능 판독이죠. 실제로 제가 일하고 있는 병원도 폐 검진CT와 유방촬영(mammography), 그리고 단순흉부X선영상(chest radiograph)의 판독에 인공지능 판독 소프트웨어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인공지능이라는 게 이제 막 개발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람이 없이도 척척 판독하고 정확도 100%를 보장하거나 그러는 걸 기대하는건 어불성설이라는 건 잘 압니다. 폐암검진용 CT 판독할 때에는 생각보다 크게 도움받고 있어서, 요즘은 “이거 없이는 일 못한다” 이정도 말은 할만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해상도가 높지 않은 CT영상이 아니라 단순촬영 영상, 즉 유방촬영과 흉부X선영상 판독쪽입니다. 원래 알고리즘이든 인공지능이든 기계가 들어가면 특이도(specificity)가 대폭 떨어지고 위양성율(false positivity)이 대폭 올라가는건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고, 언제나 위양성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고 활용을 하는게 당연한데,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병변도 정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오늘 건강검진을 하러 오신 분이 흉부X선영상(가슴촬영)을 촬영하셨는데, 인공지능 판독에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서 별 생각없이 들여다 보는데, 왼쪽 6번째 늑골 뒷부분이 구멍이 뚫린것처럼 사라져 있더군요. 이랬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건 전이암이 늑골에 침범해서 뼈를 녹이는 상황입니다. 만약 인공지능만 믿고 해당 부분을 주의깊게 안보고 정상으로 판독했다면 병원 입장이나 환자분 입장으로나 재난상황이죠.
위양성이 높은걸 감수한다면, 최소한 위음성이라도 믿을수 있는 수준까지 컨트롤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인공지능판독을 도입하는 의미가 없는거죠.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시대의 대세 아이콘도 어찌 보면 이런 식으로 남용되다가 역풍을 맞게 될수도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단 영상판독의 영역만 그런게 아니겠죠. 어떤 영역이든 인공지능이라는 단어 하나면 뭐가 되었든 혁신이라고 먹고 들어가는 그런 분위기도 어쩌면 편견에 불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