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그레이엄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짐 슬레이터의 “줄루 주식투자법”을 보면, 저자와 시대를 공유했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가 요약하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기법은 세가지입니다.

  1. 현금성자산(다른 자산은 배제)이 시가총액보다 50% 이상 많은 기업을 매입, 이후 현금성자산과 시가총액이 같아졌을 때 매입.
  • 1946년에서 76년까지 30년간 연평균수익 19% 달성
  1. 이익수익률(PER의 역수)가 AAA등급 채권수익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기업들 중 총부채가 순유형자산가치를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매수, 이후 이익수익률과 AAA등급채권수익률이 같아지면 매도.
  • 같은 30년간 연평균수익 19% 달성
  1. 배당수익률이 AAA등급 채권수익률보다 66% 이상 높은 기업들 중 총부채가 순유형자산가치를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매수, 이후 배당수익률이 AAA등급 채권수익률과 같아지면 매도.
  • 같은 30년간 연평균수익 18.5% 달성

뭐, 지금 시장상황에서는 이런 기업들 자체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실제 이런 식의 가치투자를 한다고 해서 투자수익률이 잘 나오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니 이런 가치투자가 정답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거겠구요.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뭘까요? 벤자민 그레이엄의 시대는 지났으니 가치투자는 답이 아니다,,,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왜 그레이엄이 살던 때에는 저렇게 환상적인 수익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를 생각해보면 “가치투자”라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달성한 가치투자라는 업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기실 “가치”가 아니라는걸 생각해야 합니다. 그레이엄이 기업의 본질가치라는 것을 주목해서 저런 원칙을 개발했다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기업의 본질가치를 발굴할 수 있어야 이치에 맞을겁니다. 하지만, 당장 PER의 역수인 이익수익률만 기준으로 백테스트를 해봐도 당시 그레이엄이 달성한 수익은 커녕, 손실이 안나면 다행이겠죠. 싼 주식이 영원히 싸구려로 남아있을 확률이 훨씬 클겁니다.

게다가, 벤자민 그레이엄이 살던 시기의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아사리판도 그런 아사리판이 없었습니다. 온갖 작전과 협잡이 준동하던 시대였고, 회계조작이 비일비재하던 시기였습니다. 요즘 미국 주식시장처럼 깨끗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는 거지요. 잘나가는 기업은 당연히 대주주가 다 해먹으려고 벼라별 수를 쓰는걸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거버넌스와 회계적 불투명성이 만연한 시장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가치”를 위에 나와있는것처럼 몇가지 “숫자”만으로 집어내는게 가능했을까요? 당연히 그레이엄의 전략은 가치에 주목한 전략이 아닐것입니다.

진정으로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목했던 건 본질이나 가치가 아니라, 역으로 인간의 “광기와 공포”였다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입니다. 그렇게 광기에 휩싸여 별거도 아닌 주식에 어마어마한 돈이 몰렸다고, 반작용으로 “절망과 공포”로 터무니없는 저평가가 일상적으로 발생했던, 그런 미친 시장에서 인간의 광기와 주관을 배제한 채 오로지 “숫자”만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기계적인 매매를 했을 때 훌륭한 수익의 기회를 포착하는게 가능하다는 게 그레이엄식 전략의 진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젠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너나할거 없이 돈을 싸들고 들어가려는 “광기”가 극대화된 시장에 투자하는게 합리적인지, 반대로 자기 나라 정치인과 관료를 저주하면서까지 부조리하다 외치며 먹을게 없다 탈출하려는 “공포”와 “무관심”이 극대화된 시장에 투자하는게 합리적인지,,,

그래서 코스피 코스닥을 하라는거냐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코스피도 전체적으로 “저평가”라고 할만한 상황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없으니까요. 다만, 지금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서 미국주식이나, 심지어 코인판으로 떠나가는 분들이 내세우는 명분, 즉 거버넌스와 공매도 문제가 국장탈출의 합리적인 판단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하게 하게 됩니다. 그레이엄이 가치투자로 성공했던 40-70년대의 미국시장이 지금 우리 국장보다 10배는 더 아사리판이었어요. 정말로 ”가치투자”를 하겠다는 각오라면 오히려, 2021년의 미국시장보다는 더 아사리판인 국장을 선택하는게 정답입니다.

덧붙혀서 국장에서 떠나 다른 시장으로 가시는 분들도, 그 곳에서 너무 단기적으로 매매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매매주기가 너무 짧아지면, 자연스레 매매가 미리 세워둔 원칙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휘둘리기 쉬워질수 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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