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책을 홍보하느라 여러 투자 채널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아과 의사 겸 투자자인 성현우씨의 영상 중 하나입니다. 얼핏 보면 논란이 될 소지가 많은 민감한 내용일 수 있지만, 이야기 내내 정말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면서 투자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이 영상을 보다 떠오르는게 최근 읽었던 개그맨 황현희씨가 쓴 “비겁한 돈”의 내용들인데, 해당 내용들이 영상과 전혀 상관없는듯 하다가도 깊게 보면 서로 연결되는 점들이 많더군요.
개그맨 황현희씨와 소아과의사인 성현우씨 모두 나름 고소득자였었고, 노동으로 큰 소득을 누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동소득만 가지고서는 인생을 설계할 수가 없는 “절박함” 가득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죠. 물론, 그렇게 극적인 사연들(실직이나 가정사정 등)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10% 안에 들어갈 고소득 직종에 있는 사람도 노동소득 하나만으로는 원만한 인생설계가 쉽지 않다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된다는 점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겁게 다가오는 진실인 것 같습니다.
황현희씨가 책 “비겁한 돈”에서 역설하는 건 투자를 해서 돈을 벌고 싶으면 당장 모든 투자를 그만두라는 거였습니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 하시겠지만, 진정한 발전과 좋은 아이디어는 치열함 속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치열함과 치열함 사이의 틈, 즉 쉬는 동안에 나온다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야 시장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고, 효과적으로 투자준비와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게 책에서 가장 강조해서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런 황현희씨의 쉼과 조급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성현우씨가 말하는 “절박함에서 투자를 시작했다”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자의 성과는 투자수익률로 평가하는게 결코 아닙니다. 100만원을 투자해서 1,000% 수익률을 올리면, 그걸로 우리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까요? 결국, 노후를 대비하기에 충분한 액수의 돈을 불리고 지켜낼 수 있어야 그것을 “성공한 투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돈이 각자의 사정이나 입장에 따라 5억원이든, 20억원이든, 60억원이든 각자가 설정한 충분한 액수가 되어야 한다는겁니다.
그렇게 “충분한” 액수를 투자로 벌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밑천을 투입하든지, 아니면 충분히 긴 시간을 투입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내 인생의 일부를 갈아넣어야 도전이 가능한 “절박한” 방어행동이 투자인 겁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중요한 투자이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거나 배우지 않고 먼저 해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통찰이 황현희씨가 말하는 “투자하려면 투자를 쉬는것부터”라는 조언 안에 들어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홧투 배우듯, 포카 배우듯 일단 돈 잃으면서 배우는 투자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건 단지 그렇게 끊임없이 배팅을 하고 결산하면서 느끼는 흥분과 짜릿함에 몰입되어 배팅행위 그 자체에 대한 중독에 빠지는것 이상이 될 수 없을겁니다. 많은 돈을 밑천으로 투입하는 것에 걸맞게 충분히 긴 시간동안 제대로,,,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없다면, 결코 정상적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겁니다.
그렇게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깊게 몰입하면서 시장을 바라보고 준비했던 “어제”가 있었기에 황현희씨의 대박을 낸 “오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고, 정말 절박했던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던대로 책 몇권 읽고 따라하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치열한 공부, 고민과 성찰,,, 그리고 정말 위험했던 순간들에서 운좋게도 조급함을 이기고 원칙을 어기지 않았던 성실함이 있었기에 성현우씨도 진정한 성공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저도 현재 투자라는 걸 하고 있기는 한데, 액수를 생각하면 정말 “부담없는” 액수, 말 그대로 당장 다 잃어도 별 지장 없는 “여유자금”만 가지고 투자 중입니다. 문제는, 이정도 돈으로는 인생설계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밑천도 커져야 하고, 수익이 점점 복리로 늘어가게 되면 언젠가는 무척 “부담스러운” 액수를 굴려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절박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원칙을 어기고 막판에 모든걸 말아먹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대책없이 낙관적이고 무성의한 투자를 고치지 못하고 마지막에 가서 그런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느니, 차라리 지금은 투자를 완전히 쉬고 좀 더 시작하기 좋은 시기를 기다리거나(황현희식), 더 철저히 공부, 고민, 성찰을 하는게(성현우식) 나중을 위해서는 현명한 결단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개그맨 황현희씨나 소아과의사 성현우씨 모두 전혀 다른 투자철학과 투자방법으로 제각각 다른 길을 걸어 성공했지만, 두 분 모두 “투자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각자 고민과 궁리 끝에 최선의 해답을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투자를 이뤄낼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 자신만의 해답을 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답을 컨닝하는 어리석음과 게으름, 그리고 조급함에 빠지지 않고 머리 빠개지는 고통 속에 스스로와 씨름하는 것이 투자에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