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기

황현희씨가 쓴 재테크서적 “비겁한 돈”에서 말하는 핵심내용은 재테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재테크를 쉬라는 겁니다.

여기서 “쉰다”라는 표현이 여러가지 뜻을 함축해서 표현하는 단어인데, 재테크 행위를 하지 말고, 재테크 공부나 생각도 하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너무 몰입하지도 말고, 조급하게 뛰어들어서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 달려들지도 마라는 의미로 “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황현희씨가 강조하려는 “쉰다”라는 말을 가장 잘 부연해주는 단어가 바로 “잔심(殘心)” 입니다. 잔심은 열심과 무관심의 사이에 있는 개념이며, 집중, 열정, 조급, 의존증과 같은 것들과 함께 있어선 안되는 단어입니다.

내가 생업을 때려치워가면서, 일상의 관계와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희생해가면서 투자에 열중하면, 금방이라도 무언가 성과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적어도 개그맨 황현희씨가 겪어본 삶의 경험에서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몰입하거나 열심을 내기는 커녕 쉬면서 그 시간 내내 은근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큰 성과를 내었다는 것이고, 바로 그런 정도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을 잔심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한 잔심을 남겨두는 태도는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고통을 참아가며 무언가에 메달리는 한 극단과,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저 즐거움만 찾아다니며 시간을 죽이는 반대쪽의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균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매순간순간마다 울고웃는 것을 반복하는 “살아남기”로 점철된 인생만큼 고통스럽고 허탄한 인생도 없을테지만, 일체의 목적의식이나 의미를 찾기 위한 진지함을 다 벗어내고 그저 주어진 시간을 때우며 보내는 “살아가기”의 안락함과 나태함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아닐겁니다. 양 극단 사이에서 우리의 삶에서 열매를 맺고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남기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살아남기도, 살아가기도 아닌 다른 삶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황현희씨가 말하는 “살아남기기”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는 가치가 아닌가 합니다.

살아서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남기는 “살아남기기”를 시작하려면 일단 지금의 나에서 변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너무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남기에 연연하고 있다면 그 처절함을 버리기 위해 쉬어야 하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나태함에 안주하고 있다면, 그 나태함을 벗어던지기 위해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를 향해 질문을 시작해야 합니다. 요즘같은 변동성 장세 때야 말로 그러한 삶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투자도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황현희씨의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되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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