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교수가 하는 말을 간추려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 미국의 실질금리가 현재 -5%정도인데, 이렇게 심한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지속될 수 없다. 반드시 경기침체나 금리상승같은 변화를 통해 해소될것이다.
- 가장 먼저 먼저 떨어질 것이다(2분기로 예측). 원자재가격도 함께 떨어질 것이다.
- 3분기 이후 경기침체가 올 것이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지 못할 것이다. 장기금리 또한 경기침체로 인해 내려갈 것이다.
-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무역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고, 경기침체와 금리하락이 이를 부추길 것이다.
- 미국 증시가 훨씬 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 아세안 국가들의 증시는 훨씬 잘 버틸 것이다.
그가 이런 예측을 해서 나중에 보니 맞았다, 틀렸다 이걸 보자는건 우리에게 별다른 소득이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경로를 거쳐서 이런 식의 추론을 한것이냐를 짚어보는게 중요할겁니다.
일단 미국의 현재 실질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왜 금리상승이 아닌 물가하락이라는 경로를 통해 해소된다고 말하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김영익교수는 시장금리상승보다 물가하락을 통해 실질금리가 상승할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경기선행지수”를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2월18일에 발표된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이전달 대비 -0.3% 감소했습니다(컨센은 0.2% 상승, 이전달은 0.7%상승).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기업이익전망이 원자재 및 임금상승으로 인해 악화되기 시작한 것도 심상치 않구요.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건, 정말로 이런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김영익교수가 예측한 경로와 다르게 세계경제가 흘러간다면, 어떤 형태로 흘러갈 것인가를 상상해봐야 합니다.
미국 경기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견조하게 나오고 선행지수가 다시 바닥을 찍고 올해 내내 올라가는 경우도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이럴 때에는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 물가가 떨어지지 않은 대신 시장금리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면서 실질금리를 정상화시키게 됩니다.
- 시장금리의 상승이 의미하는 건 국채가격이 폭락,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미국채의 매력은 올라가게 될겁니다. 경기가 호전되니 미국주식도 같이 상승, 전세계의 돈은 미국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달러화 강세를 일으키게 됩니다.
- 링크된 영상에도 나오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어지간히 크게 올려도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힌 적이 없습니다. 그런 물가상승에 금리상승에도 경기가 침체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내 구매력이 받쳐주려면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넘어서는 정도로 올라가야 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쇼어링으로 대변되는 글로벌기업들의 미국내 투자와 고용증가추세가 계속된다면,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닙니다.
겸영익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경기예측방향은 2008년 금융위기나 2000년 IT버블붕괴 이후 때와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예측이 틀리고, 경기침체보다 금리상승이 더 강하게 찾아오는 경로는 80년 볼커의 기준금리 인상 후 달러가 미국으로 빨려들어가 경제가 나아지고,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파국적인 경기침체를 맞이하게 된 역사를 복기해보면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미국채10년물이 갑자기 4-5%가 되겠냐 황당해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당장 작년에 시퀘스터니 부채한도협상이니로 시끄러웠던 걸 생각해보면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겁니다. 미국 신용등급이 아래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는거니까요.
결국, 미국 실질금리가 크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현상에서 출발했지만, 향후 미국의 경기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구체적으로는 경기선행지수와 기업이익전망의 변화추세)에 따라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라지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라면, 차라리 김영익교수의 전망이 훨씬 감당하기 쉬운 반면, 후자의 형태로 흘러간다면, 정말 미국 말고는 투자할 데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을 맞을수도 있을겁니다(물론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은 감수해야겠지만). 그리고, 채권시장의 운명도 크게 갈리게 될지 모르는 거지요.
물론, 미국의 실질금리가 장기간 마이너스 상태를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아직까지 그런적은 없었습니다만) 상황도 가능할겁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미국인들에게는 더없이 불행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이니 정치권이 이걸 마냥 방관할 것 같지는 않겠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물가나 금리 못지 않게 경기선행지표들도 항상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국면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