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서브프라임 거품이 터지면서 미국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식기 시작했는데, 이게 과연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갈 것인지, 단순한 경기둔화로 갔다 다시 반등할 것인지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경기침체란 생산과잉이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기업부문에서 과잉현상이 나타나거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상황들이 반드시 있어야만 침체가 발생한다고 다들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제상황은 그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매크로지표, 즉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건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재고도 증가하지 않았고, 기준금리는 인하 중, 시장금리도 안정적이었으며 기업부문의 과잉을 보여주는 생산설비 가동률이나 실업률 모두 가파른 변동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당시 컨센서스의 잣대로 바라보면 아무리 봐도 경기침체를 상상할만한 데이터가 없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경기상황에 대해 섣부른 낙관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피터 번스타인이었습니다.
그는 주택가격의 하락이 주택소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더이상 소비를 뒷받침해주는 돈줄이 되줄 수 없는 상황을 불안요소로 봤습니다.그렇게 가계부문에 닥친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는 자신의 관점이 옳다면, 지금의 경제난은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번스타인은 “미래가 어떤 것인지를 안다는 가정 아래 중대한 결정을 무모하게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이미 재앙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 분명하다”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합니다.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서문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당시 이 서문 내용이 쓰여진 시기는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벌어지기 이전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마크 파버와, 그가 인용한 피터 번스타인의 통찰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우리는 2022년을 살고 있기 때문이 당시의 상황에서 누가 맞았고, 그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투자자들이 “자신이 미래를 안다”는 착각 때문에 어떤 댓가를 치루게 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섣부른 확신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은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에도,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에도 모두 다 해당하는 진리일겁니다.
지금까지 나오는 매크로데이터들을 가지고 통상적인 경제이론으로 분석한다면 아직 경기둔화를 넘어서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장단기금리역전도 10년물과 2년물 국채스프레드만 볼게 아니라 3개월물을 봐야 하기에 정확한 의미의 장단기금리역전은 여전히 오지 않았고, 실업률이나 물가, 여타 경제지표들을 봐도 언젠가 올지는 모르나 아직 선명하게 경기침체가 왔다는 신호는 냉정하게 본다면 아직 없습니다. 물론 미국이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심리, 유동성 증가의 속도, 국제적인 경제질서의 변동성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도 안심하지 않고 걱정스레 지켜봐야 할 대목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렇게 지켜봐야 하는 신호가 단지 돈의 흐름 그 자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채금리가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걸 가지고 경기침체를 주장한다거나, 단기적으로 주식이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니까 경기침체가 왔다고 하는것도 너무 섯부릅니다. 반대로 실업률이 여전히 낮고 물가가 안떨어지고 있으니까 침체가 오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겠지요.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이냐,,, 결국은 자신만의 생각을 계속 이어가며 업그레이드하는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는겁니다. 작금의 달러인덱스가 계속 오르는 현상이 안정화되지 못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여기저기에서 그동안의 과잉이 터져나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일테고, 반대로 원달러환율이나 달러 인덱스가 안정적인 추세로 돌아선다면 그것만큼 강력한 투자시그널도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코스피와 KORU etf에 투자할 생각을 가지고 몇가지 지표들을 계속 봐오고 있지만 전혀 생각하고 있던 신호가 안뜨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섯불리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라 멘탈이 터져나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을겁니다. 이번 주에 여러가지 경제지표들이나 중요한 이벤트들이 몰려있다보니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한 주가 될 듯 합니다만, 이럴 때일수록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자신이 세워둔 원칙 안에서 움직이면서 기회를 잡아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