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정말로 정점을 지났는가

어제 CPI 발표 이후 주가도 오르고, 국채금리도 팍팍 떨어지면서 적어도 인플레이션은 정점 지났다는 컨센서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장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일 뿐, 정말로 인플레이션이 고점 찍고 피크아웃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가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추세는 달러표시 단위입니다. 달러인덱스가 지금처럼 100을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달러가치가 상승한만큼 물가상승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는데, 점점 달러인덱스가 줄어든다면 수입품들의 물가는 자동적으로 오르게 됩니다.

당장 어제 달러인덱스가 1%가까이 떨어지자 WTI 원유 가격이 어제 저점인 88불에서 92불로 꽤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투자자가 매크로 지표를 꾸준히 확인할 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매크로 지표를 꾸준히 보는 이유는 매크로지표를 예측해서 그걸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분위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현재의 시장 컨센이 정말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반대증거들이 조금만 나와도 금새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는거지요.

지금 시장에서 소위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이 전망하는 세계경제의 방향성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1.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2. 경기침체
  3. 경기호황 또는 거품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이제 한물 간 이슈로 치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달러인덱스가 꺽이기 시작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 언제든 다시 대세가 될 수 있는 이슈입니다. 정말로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했다는 말을 하려면, 달러인덱스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원자재나 식량가격이 떨어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경기침체도 확정적이지 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상황이 이렇게까지 좋은데 성장율만 가지고 경기침체를 확정적으로 전망하는걸 넘어서 거기에 내 돈을 거는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정말로 경기가 침체나 호황, 물가가 인플레이션이나 디스인플레이션 어느 쪽으로 확정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미국인들의 소비와 재정상황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능할겁니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감소 중인 미국 은행들의 예대율 추세가 상승으로 반전하는 시점이 되면 연준도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추세가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시장의 상상력이 될 것이라 봅니다. 그렇게 상상력에 의해 움직이는 판에서는 특정 매크로지표가 잘 나왔다, 안나왔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런 지표에 시장이 민감한가 둔감한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 CPI 발표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였던 건 주식시장이었습니다. 물가지표 자체보다는 그게 더 중요한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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