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본 재무제표 분석

현재 뜨고 있는 주식 속어가 “태조이방원”입니다.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 관련주이죠. 그 중에 조선업은 LNG선 수주증가에 힘입어 업황개선을 기대하면서 LNG선의 핵심부품인 절연재 공급사인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카본의 주가도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카본의 PER은 무려 68배, 올해 순이익이 성장 중이기 때문에 forward PER은 조금 더 낮은 40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이라도 너무 고평가상태가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는 어렵죠. 그래서 며칠 전 발표된 반기보고서를 확인해봅니다.

한국카본은 주요 매출이 LNG선 보냉재의 판매에서 나옵니다. 당연히 상품인 보냉재의 가격이 원재료의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는게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LNG선을 조립하는 조선업체는 현대-삼성-대우조선 세 곳인데 반해, 보냉재를 만드는 곳은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 두군데밖에 없기 때문에 갑질에 농락당하지 않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주요 상품들의 가격은 작년 대비 5%정도만 오른데 비해 원재료는 가장 큰 비중(액수 기준)을 차지하는 수지의 가격이 작년대비 10% 상승했습니다. 이것도 작년에 20%이상 상승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재무제표를 시간순으로 복기하다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보입니다. 한국카본의 LNG 보냉재 수주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업 수주가 회복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중입니다. 1년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수주잔고가 5억4천만달러에서 8억5천만달러로 57% 증가했습니다. 원재료의 상승으로 인한 마진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수주잔고증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매출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전반기부터 수주총액과 수주잔액 모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매출액은 오히려 2020년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2년 이상 수주는 늘고 있는데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심지어, 21년 사업보고서에는 감사의 매출과소계상에 대한 지적사항까지 들어있습니다.

22년 반기 재무상태표입니다. 전년도와 이전년도보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뚜렷하게 늘어나있습니다. 특히 재고자산이 작년에 비해 50% 증가했습니다. 그 외의 숫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나와있는 재고자산 현황입니다. 재고자산 중 완제품과 원재료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보통 재고자산이 늘어나면 업황이 좋지 않아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현재 조선업계는 정말 오랫만에 LNG선 수주가 늘어나면서 회복국면에 들어서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확인했듯이 수주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재고를 크게 늘린 이유가 뭔지는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게 만드는 상황이지요.

첫번째 해석은 늘어나고 있는 수주잔량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 것, 또다른 해석은 앞서의 매출감소를 볼 때 공정에 무언가 차질이 생겨서 제 때 제품을 원청회사에게 인도하지 못하고 있어 원재료가 평소보다 많이 재고로 남아있는걸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의 영업상황입니다. 매출액이 작년대비 크게 줄었었는데 거꾸로 판관비는 더 늘었으니 영업이익은 처참한 상황입니다. 영업이익 117억에서 25억으로 추락해 있는데, 그나마 일회성 영업외이익인 기타이익 90억원을 더해서 순이익이 보전되었습니다.

기타수익의 대부분은 주석에 나와있는대로 종속기업 염가매수차익으로, 의미있는 수익이나 성과라고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한마디로 2022년 현재의 영업상황은 신통치 않다는겁니다. 그렇게 순이익이 줄었기 때문에 현재 PER이 60배까지 올라와있습니다. 2020년만 해도 PER이 10배였던 걸 생각하면 현재 한국카본이라는 주식이 얼마나 이상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컨센서스로 2022년 예상 영업이익이 220억원입니다. 2020년의 760억원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PER60이 지나친 고평가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다름아닌 현재의 납득하기 어려운 수주증가 대비 매출액감소 상황을 이해하는게 순서일것 같습니다. 올해 나온 한국카본 관련 증권사 리포트들을 보면 본격적인 매출이 나올 시점은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되기 약 1년 전의 시점이기 때문에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리포트의 그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수주를 받고 적어도 3년 동안은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건데, 한국카본을 투자할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측면을 반드시 고려하고 투자하는게 현명한 태도일겁니다.

게다가, 이러한 수주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면 장기투자는 불가능할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현재의 주가가 저평가라는 주장이 성립되려면, 여기에 더 해 지속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수주가 꾸준히 발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성립되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우크라이나전쟁을 기점으로 유럽 등 전세계에서 LNG선 수요가 일시적인게 아니라는 희망이 현실이 되어야만 지금의 PER60대의 주가가 싸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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