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P와 QT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유동성이라는 건 그렇게 갑자기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너무 많은 유동성이 풀려나와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려 해도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유동성 랠리는 당분간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런 제 생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반대논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9월달 이후 양적긴축의 속도가 더 가팔라질것이라는 것, 두번째는 유동성 자체가 아닌 변화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두번째는 일단 논외로 하고 첫번째 반론, 즉 양적긴축의 속도가 빨라질테니 유동성 장세가 오기 어렵다는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양적긴축 일정을 예고한 대로의 속도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7221

양적긴축 일정대로 연준이 보유중인 미국채를 계속 팔고 있음에도 동시에 역레포(RRP)금리를 올리며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깍아먹는다면, 은행의 유동성위기를 촉발해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역레포금리를 내리거나, 양적긴축일정을 더 늦춰야만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역레포거래 액수는 양적긴축일정과 맞물려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양적긴축은 통상적으로 연준이 보유중인 국채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다시 같은 액수의 국채를 금융기관들에게서 매입하지 않고 그만큼의 돈은 시중 금융기관들에서 연준의 장부로 이전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당연히 만기가 짧은 초단기 채권(T-bill, 단기국채 또는 할인채)의 유통이 먼저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T-bill이 희귀해지면서 찾는 수요가 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 T-bill의 금리는 평소보다 더 내려가게 됩니다.

반면, 비슷한 초단기 채권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역레포 금리는 양적 긴축일정과 맞물려 올라가게 되면서 금융기관들은 금리가 더 높은 역레포 거래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1. 레포 거래 :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연준에서 대출을 받는 거래
  2. 역레포 거래 : 연준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담보로 연준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거래
  3. 역레포 금리 : 역레포 거래를 할 때 연준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이자

지금 이 역레포 금리가 T-bill 의 금리보다 훨씬 높아서 금융기관, 특히 MMF의 입장에선 T-bill을 매입해서 이자를 받아먹는거보다 연준과 역레포거래를 해서 돈을 빌려줄 때 받는 이자가 훨씬 높아요. 당연히 역레포 금리가 높은 동안은 금융기관이 연준에 돈을 많이 빌려주고, 반대급부로 담보로 보관하는 채권은 금융기관의 재무상태표로 들어가게 되니, 역레포거래가 는다는 건 그만큼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을 팔거나, 만기에 재발행하지 않는 양적긴축과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겁니다.

연준이 양적긴축을 하면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레포거래도 크게 늘어나는 구조인겁니다. 이처럼 양적긴축 뿐 아니라 역레포거래도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금융기관은 더 많은 돈을 연준에 빌려주고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유동성은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에서 2019년8월까지 양적긴축을 실시하면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바닥나다 보니 시중은행은 단기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연준의 문을 두드리며 레포거래(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게서 돈을 빌리는 거래)를 해달라고 졸라대다 보니 레포금리가 급등하면서 난리가 한번 났었죠. 결국 연준은 양적긴축을 포기하고 RP 및 T-bill을 매입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말은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은 양적긴축을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양적완화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양적긴축도 앞서와 같은 결말을 그리며 중단되거나 속도조절이 될지도 모른다는게 8월3일 나온 한국은행 업무자료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내년에 정말로 이런 일이 반복될지 어떨지를 가늠하기 위해서 꾸준히 추적관찰해야 하는 건 연준의 대차대조표 중 지금준비금(Reserve)과 역레포(Reverse RPs) 액수일겁니다. 양적긴축에 더해 역레포 거래 활성화가 계속 늘어난다면, 지급준비금 항목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인 8월25일 발표된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역레포 잔액은 2.5조달러, 지급준비금은 3.3조달러이며, 1년 전에 비교해서 역레포 잔액은 1.1조달러 증가, 지급준비금은 8천6백억달러 감소 중입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연준이 발표한 양적긴축 일정대로라면 내년 9월 경에는 지급준비금 잔액이 2조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준잔액이 떨어지면 2019년 때 보았던 일들이 다시 재현될수도 있다는 거지요. 이런 사실이 의미하는 건 연준의 양적긴축이 내년 9월이 되어서야 차질을 빚으면서 연준의 태도변화가 나온다는 게 아닙니다. 언제든지 그 전에도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2019년 때처럼 연준이 공언해온 양적긴축일정은 유예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입니다.

이제 글의 첫부분으로 돌아가서, 정부가 함부로 유동성을 회수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잘 안되면서 또다시 유동성 랠리가 반복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물론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예상치 못한 다른 경로로 비슷한 운율을 반복할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