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화계좌 수익률 -22%를 기록하게 만드는 주범이자,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처분했던 오스템임플란트의 현재 상승폭이 무시무시합니다.
작년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투자했었는데, 관심가지고 보던 종목들 중 실적성장이 단연 돋보였던데다 성장전망 또한 이거만한 종목이 없어서 여러 잡음들은 다 무시하고 조정이 왔을 때 융통할 수 있는 돈 거의 전부를 투자했습니다. 이후 열심히 상승하다 초대형 횡령사건으로 연초에 거래정지,,,
어차피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긴 했지만, 거래재개 후 어떻게 할 것인지 거래정지 기간 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일단 상당한 자금이 여기에 묶여있는데,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다. 워렌버핏이 “절대로 손해보지 마라”고 했지 않는가
- 올해 내내 주식상황이 좋지 않을거라 봤는데, 정지가 풀려도 외국인투자자들이 횡령주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누가 이런 주식을 살까
1과 2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거래정지 풀리고 외국인 비중이 거침없이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하더군요. 여기에 전체 시장의 약세가 이어져서 이런 폭락세가 쉽게 멈출것 같지 않아 10만7천원 정도에 대부분 처분했다 얼마 전 한 주만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남겨둔 한 주가 요즘 수익률이 어마어마하게 찍혀있네요. 내가 팔면 오르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어쨋던, 마음이 아픈건 아픈거고 여기서 반성을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테니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 싼 가격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 종목에 확신을 가지고 몰빵하는 선택은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그렇게 집중투자한 종목의 매수가격이 상당기간 상승한 이후인데다 장기투자까지 병행했던 건 확실히 문제였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돌발변수가 빈번했던 종목이라면 더 싼 가격에 들어가야 했어요.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버린 가격에 들어갔기 때문에 거래재개 후 떨어지는 가격에 멘탈이 흔들린 건 어쩔 수 없는 필연이었습니다.
- 오너리스크에 대한 생각
투자 시작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투자관이 돈 잘벌고 성장 중인 기업은 오너나 경영진 리스크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오너나 경영진이 뒷구멍으로 돈을 빼먹을 유인이 커지고, 튼실하게 커가는 기업은 오히려 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생기는 경영권프리미엄에 대한 유인이 크기에 더 투명하게 경영하려고 신경을 쓸거라 봤습니다.
그런데, 오스템임플란트의 역대급 횡령과 이후의 거래정지는 그런 소신에 금이가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이게 거래재개 후 손절을 결정한 사실상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손절 이후로 천문학적인 횡령에도 기업이 흔들리기는 커녕 상당히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경영진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먹을게 많으면 점잖게 행동한다는 기본원칙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상장기업은 돈, 정확히는 성장이 전제되어야 공정과 상식을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경영자는 인품이 훌륭한건 아무 상관 없고 운이든 실럭이든 상관없이 꾸준한 경영성과를 통해 재무제표를 가꿔주는 경영자가 훌륭한 경영자라는 생각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지능보다 성품
순수한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될성부른 종목을 발굴하거나 분석하는 건 시간이 걸리긴 해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 종목이 눈에 보일 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것도 어려운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재미를 본 다음인것 같습니다.
단순히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오판이나 실수를 줄일 수 있는게 아니더군요. 마음 속에 사심이 가득할 때,,, 욕망, 불안, 조급함 등이 가득할 때에 나오는 생각들은 언제나 충동적이고 정제되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거래정지에 이은 외국인투자자의 탈출러시라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몰리있는 상황에서 내렸던 결정들은 하나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의 결과가 어땠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당시의 손절 결정만 해도 그것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틀린 것이었는지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울겁니다. 설령 손절여부를 고민하던 당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려서 안팔고 계속 들고 있었다고 쳐봅시다. 10만5천원선에서 손절하지 않고 더 버텼더라도 9천원 근처의 바닥에서 멘붕이 와서 던지지 말았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을만큼 당시는 겉으로만 의연한 척 했을 뿐 멘탈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손절이 잘못된 결정이었는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지금 와서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는건 불가능할겁니다.
훨씬 명확하게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은 결과보다도 과정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당시 결정의 올바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냉철함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여기에 대해 저는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시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시의 손절을 반성해야만 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결정의 과정 전반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일시적인 손실은 훌훌 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정의 정확성보다 결정의 과정에서 내가 최선을 다했는가가 더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그런 결정에 영향을 주는 나의 심리상태, 궁극적으로는 나의 성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어려운 때,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화에서도 모든 결정과정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만큼 안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성품이 기반이 되어야 진짜 큰 돈을 벌수 있겠더라구요. 구체적으로는 용기와 인내심, 그리고 평정을 지킬 수 있는 차분함이 중요하며, 이걸 더 키우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 시간개념
애초에 상당히 주가가 오르고 있던 와중에 추가로 불타기를 했던 이유는 보유기간을 오스템임플란트의 세계시장 점유율 순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때, 또는 과거 성사되지 못했던 카보 급의 인수합병이 성사된 이후의 시점까지 상당히 길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보유기간 설정에 맞는 심리, 상황대응, 보유비중 설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부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조급함과 탐욕 때문이겠지만, 당초 계획보다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으면서, 거의 날마다 시세나 관련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계획했던 투자기간에 걸맞지 않은 행동들이 분명합니다. 이런 실수는 지금 다른 종목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빨리 교정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될수도 있는거지요.
계좌의 상당액수를 소수의 종목에 집중투자하면서 장기간 보유하겠다고 계획했다면, 하루하루 시장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도, 매크로 지표에 연연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그래서도 안되는 겁니다. 반면, 시장이 가장 약했을 때 저가매수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지금 내가 봐야 할 건 시장상황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사놓으면 수익이 좋았던 섹터에 대한 공부여야 합니다.
단기투자도 단기투자에 맞는 마인드와 행동패턴이 따로 있고, 각 기가별로 적합한 루틴이 다 있을텐데, 그걸 연구하고 실전하지 못했던 것이 궁극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나마 잘했다 자부하는 부분
그래도, 제 주식투자 역사에서 가장 큰 액수를 투자했다 역대급 손실상황에 부딪혔어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이렇게 정신을 추스려 반성문이라도 쓸 멘탈이 지금 남아있는 이유는, 빚내서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 내가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본 후에 투자해서 상당수의 악재나 호재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수에 대한 반성 뿐 아니라 이런 좋은 기억도 잊지 말고 다음번 투자에서 성공의 기반으로 삼는게 발전의 계기가 되리라 믿으면서 반성문을 써봤습니다. 장이 이렇게 어려울수록 평정심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벌써 이렇게 긴 반성문을 쓰는 동안에 마음이 정리되고 차분해지는 걸 느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