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ving the beast(괴물 굶겨죽이기)

괴물 굶겨죽이기라는 게 무슨 게임이름이 아니고, 레이건 정부 때부터 미국 공화당이 견지하고 있는 정책기조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일단 조세감면을 대대적으로 실시합니다. 그러면 세수가 줄겠죠. 그럼 재정위기상황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면서 정부지출을 줄이고, 특히 복지제도를 축소해서 작은 정부로 만들어서 정부라는 괴물이 국민을 간섭하고 탄압하지 못하도록 힘을 빼놓자는 겁니다. 실제로 레이건 정부도 스스로 이름붙였듯 괴물 굶겨죽이기를 착실히 실천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이상을 배신하게 마련입니다. 일단 세수를 줄이고 조세감면을 하는 건 쉽지만, 정부지출을 줄이는 건 말처럼 쉬운게 아닙니다. 복지혜택을 삭감하려는 시도는 정권의 지지율을 추락시키게 마련이고,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 중도파들에게도 저지당하기 일쑤입니다.

레이건부터 시작해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에 이르는 공화당 정부는 그렇게 복지혜택을 자기들의 생각만큼 줄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쟁과 군비경쟁에 몰두하기까지 했습니다. 아프카니스탄에 이어 이라크까지 3조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전쟁을 공화당 정부에서 치루게 되면서 처음에 품었던 이상과 의도와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다름아닌 어마어마한 재정적자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채발행의 급증입니다.

그렇게 대책없는 재정적자의 폭증과 무분별한 국채발행은 채권시장의 반발로 이어지며 기승을 부렸던게 그 유명한 “채권자경단”입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늘리면 여지없이 채권을 내던지거나 공매도하며 국채금리를 올리며 정부를 곤경에 빠트렸던 이들과 함께 채권시장은 나날이 규모가 커지면서 잠재된 리스크를 키워갔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였습니다. 지불정지가 되거나 갑작스레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을 그럴 확률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채의 가치가 불안정해지고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나와서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한다면 그 영향은 걷잡을 수 없었죠. 문제는 국채의 규모보다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주체였습니다. 이미 아들 부시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미국채를 해외투자자, 특히 유럽과 일본 정부가 보유하고 있었고 언제들 미국경제가 약점을 보일 때 이를 무기화할 수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점은 이제 이들 국가를 넘어 미국채를 막대하게 보유하게 될 것으로 유력한 국가가 다름 아닌 중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시행정부 동안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을 바라보며 민주당이 느낀 미국의 현주소는 말 그대로 심각한 위기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부시정권과 공화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미국을 망치며 세계화를 끝장내고 있었기에 이를 되돌리려면 한두가지 조치만으로는 불가능했기에 수많은 영역에서의 현실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던 게 2006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발표한 해밀턴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연하지만 해밀턴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수많은 분야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바로 심각한 쌍동이적자와 국채발행 증가, 미국채보유국의 채권매입중단이나 매각으로 인한 위기의 가능성이었는데, 이후 부시정권이 끝나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시 민주당의 이러한 정책설정이 얼마나 날카롭고 대단한 것이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지금도 당시와 다른거 하나 없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벌어졌던 어마어마한 감세정책, 그럼에도 군사비 예산을 늘리는 등 재정적자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미온적이었고 복지예산을 깍으려는 노력도 공화당 내 중도파에 막혀 저지되었던 일들, 부시정권 말기에 터졌던 금융위기와 판박이처럼 벌어진 코로나 판데믹,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재정을 쏟아부었던 일,,, 하나부터 열까지 같은 패턴으로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트럼프 때 그렇게 쏟아부었던 돈 때문에 부풀어오른 인플레이션을 방관할 경우 자칫 미국채의 신뢰와 가치가 동시에 추락할 위험에서 유래없는 속도로 긴축에 들어가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민주당 정부,,, 이 모든 것이 공화당의 작은정부라는 환상이 현실에서 엉뚱하게 재정적자를 일으키는 오작동에서 시작하는 과정을 다시한번 반복하는 걸 보면서 역사라는게 이렇게 무섭다는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반면, 이렇게 무서우리만치 같은 일이 반복되는 순환을 보면서 다가올 미래와 투자기회를 엿보는 것도 어느정도 해봄직하지 않은가 하는 희망도 품게 되는데, 지난 역사를 자세하게 검토하고 돌아보는 게 마냥 흥미있기만 한 유희로만 그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도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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