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미국채 금리를 움직이는 국면

불과 한달 절까지만 해도 연준의 무지막지한 기준금리인상 추세에 짓뭉개진 국채시장이 강달러를 부추기고, 이런 강달러 추세에 대한 시장의 공포는 급기야 영국발 시스템 붕괴의 징조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딱, 그 시점까지는 미국채 금리가 환율, 특히 달러 인덱스를 결정하던 국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국면에 들어선게 아닌가 합니다. 미국채 장기물금리를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물가가 생각만큼 빠르게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고용상황은 오히려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데도 불구하고 국채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금리가 너무 과하게 올랐기 때문에 저가매수 심리든, 숏커버링이든 수급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당장 저번주에 발표했던 고용통계가 시장예상을 깨고 굉장히 좋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금리가 생각보다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수급요인으로 설명하는 건 어렵죠.

결국, 달러 인덱스가 크게 떨어지는 추세가 그려지기 때문에 미국채에 대한 매수심리가 확 살아난 거라고 보는게 가장 합리적인 설명일겁니다. 달러 인덱스가 안정적이거나 떨어지는데 왜 난데없이 달러표시 자산일수밖에 없는 미국채 인기가 올라가는가,,, 달러인덱스가 갑자기 튀는 것이 곧바로 금융위기 또는 시스템리스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조짐이 사라진다면, 세계 각국에서 외환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채를 내다 팔 필요가 없어질테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필연적으로 나타날 미국의 경기침체를 반영해 상식적인 속도보다 훨씬 가파른 미국채금리 하락 추세가 나타날 수 있는거지요.

불과 한 달 전에는 국채금리가 환율을 결정했다가, 이제는 환율 추세가 국채금리를 결정하는 국면전환이 일어난 경로가 이렇게 설명될 수 있는겁니다. 그러한 국면전환의 결정적 변수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는 지점이겠구요.

미국채 장기물 관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최근 한달 상승세가 상정했던 것보다 너무 가팔라서 저조차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상승추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염두에 둬야 하겠죠. 이런 미국채 시장금리의 하락추세가 다시 상승으로 반전될지 안될지 여부는 연준의 기준금리 추세나 실업율같은 거시경제 통계보다는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이 계속 수면 아래로 잠복해있는지, 다시 시스템리스크의 가능성이 대두되는지에 달려있고, 그러한 조짐은 달러인덱스를 비롯한 확율추세를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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