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그리스 재정위기 – 유럽은 왜 문제를 방치했나

위의 삽화처럼 2010년 그리스에서 발생한 재정위기가 이후로 이정도까지 큰 파급력을 가지고 세계경제를 위기에 빠트리며 장기간 표류할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겁니다.

2008년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는 그리스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엄청난 실업률과 저성장에 그리스 정부는 2009년과 2010년 엄청난 재정적자를 냅니다. 문제는 그러한 재정적자는 GDP 대비 부채비율을 빠르게 증가시켰고,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서 그리스는 늘어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게 모두에게 드러났습니다.

한 국가가 부채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막혀서, 두번째는 늘어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리스는 당시에 누가 봐도 전자가 아닌 후자에 해당하는 유형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실업률과 정치적 위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

사실, 누구나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상식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게 당연했을겁니다. 부도선언이나 모라토리움이 어려웠다면 채권자들이 모여 채무재조정(부채의 일부탕감)을 하는거 말고 해결책이 없다는 건 누구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명확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문제는 이후로 수많은 우여곡절과 고통을 키워가며 결국 유럽 전체와 전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폭탄(똥?)이 되었는지를 되짚어보는 건 앞으로 발생할 지 모를 시스템리스크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작업일겁니다.

당시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건 프랑스 금융기관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채무재조정 작업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용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을 하고,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면 자국 은행이 들고있던 그리스 채권들은 쓰레기로 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로 인해 취약했던 은행들의 대차대조표를 쑥밭으로 만들어 회생하기 어렵게 만들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프랑스도 이 문제를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진정한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던 독일의 사정은 다른 의미로 더욱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사민당과의 연정이 깨지고 보수우파인 자민당과 연정을 하고 있었던 메르켈 수상은 자민당의 보수적인 입장과 타협해야 했으며, 일방적으로 퍼주는 식의 지원에 분노하던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와 독일 입장에서 채무재조정이라는 건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옵션이었던 거죠.

유럽연합의 출범 때 맺었던 여러 조약들 또한 그리스를 향한 지원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 125조에서는 유럽연합 내 국가간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있었으며, 2009년 12월에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서는 국가간 채무분담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조약을 무시하고 그리스에게 채무재조정 협상을 하려면 유럽내 모든 국가들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미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의 이유로 이에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 다한지요.

이런 유럽연합 내의 아사리판은 사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당시부터 예견되던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금융위기는 정작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부정, 선제대응능력의 결여, 국가간 협조정신의 부재하는 추태를 보였었는데, 당시의 그런 모습은 앞으로 닥칠 위기 또한 암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리스의 부채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렇게 커진 규모에 비례해 그리스의 부도확률은 커져갔으며, 투기세력의 공격에 그리스 경제는 계속 망가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리스를 넘어 PIIGS 국가, 그 너머 전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가며 경제위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초기에 결단을 내려 선제대응했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기어코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겁니다.

당시의 상황을 지금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는 한 국가, 또는 여러 국가의 부채상황이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충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일겁니다. 당시 그리스 사태를 제 때 해결하지 못하고 유럽 재정위기로 키우게 된 가장 큰 요소는 다름 아닌 리더십의 부재와 국가간 효과적인 공조의 실종이었습니다.

유럽 내에서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주요국가들이 모두 자국 내의 문제와 정치적인 동기에 사로잡혀서 자기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태도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다가, 정작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파국 직전이 되어서야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며 허겁지겁 나서는 모습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2010년 그리스 위기 때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된게 하나도 없이 일시적인 봉합으로만 덮어진 상태이구요. 결국, 부채로 인한 시스템위기는 유럽에서 다시한번 재현될 수도, 유럽연합에 못지 않게 지리멸렬한 리더십에 휘둘리는 다른 국가들에서 발생할 수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의 결여가 경제위기의 위험을 키우는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