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쉴러교수와 제레미 시겔 교수, 이 두 석학의 대립은 투자를 바라보는 두가지 관점을 대변하며 언제나 시장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은 언제나 우상향이었다 주장하며, 장기투자가 결국은 승리한다는 제레미 시겔 교수의 주장에 반해 대중의 열광과 무관심 사이에서 언제나 고평가와 저평가의 국면을 오고가는 주식시장에서는 반드시 벨류에이션을 고려해 사고 팔아야 한다는 로버트 쉴러 교수의 주장은 얼핏 서로 섞일 수 없는 대척점에 서있는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의 주식시장만 바라보면 두 교수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장기시계열로 보면 언제나 우상향을 보인 것도 맞고,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며 고평가와 저평가를 왔다갔다 한 것도 맞는 이야기이니까요.
다만, 언제 은퇴를 하게 될 지 모르는 불안한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십년의 장기시계열을 바라보며 사이클을 신경쓰지 않고 장기투자를 외치기 어려운 점이 많기에 사이클에 올라타는 투자에 더 관심이 가는게 당연할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건 사이클이라는 것의 본질입니다. 투자에서 사이클이란 물리학에서 말하는 사이클처럼 파동의 주기나 진폭이 고정되어 일정한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 바닥을 찍은 코스피가 2021년 7월 고점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그럼 이로부터 1년4개월 뒤인 2022년 11월달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요. 고점과 저점의 높이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런 예측불가능성 가득한 사이클에서 뭘 믿고 투자를 할 수 있는걸까요? 결국 안심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사이클이라는 것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은 바닥이나 천정에 있는게 아니라, 오르거나 내리는 변동국면에서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바닥과 천정 사이에 진자처럼 움직이는 상승과 하락의 변동은 매우 가파릅니다. 그렇게 가파른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거기에 올라타거나 탈출하는 건 인간의 능력으로 매번 성공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볼 수는 있습니다.
물론, 추세추종전략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추세추종전략으로 성공하는것도 분명하지만, 그렇게 추종이 가능한 추세는 생각보다 짧거나 확률적으로 승률이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빈번한 실패의 확률까지도 감수하면서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빈번하게 거래를 반복해야만 합니다. 시간을 단기간으로 쪼개어서 거래횟수를 늘리는 건 단타매매라 하겠고, 종목의 수를 늘리면서 승률을 올리는 건 포트폴리오 전략, 내지 리밸런싱 전략이 될겁니다.
추세를 확인한 다음에 올라타겠다는 발상은 승률을 높이기 위해 수익률을 희생하는 타협이 필수적입니다. 그런 타협이 없이 사이클의 변동이 만드는 추세를 온전히 수익으로 향유하려면, 변동이 발생하기 전에 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진짜 바닥이나 천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벨류에이션이 낮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은 바닥 밑에 지하실, 지하 2층 3층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거지요.
그렇다면 추세가 발생하기 이전에 벨류에이션을 믿고 추세가 만드는 수익을 온전히 향유하려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순한 돈이 아닐겁니다. 다름아닌 언젠가 이 바닥을 넘어 천장에 도달하거나 고점을 돌파할때까지 돈을 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인내, 현재 벨류에이션에 대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같이 필요한 걸겁니다.
아니면 정반대로 자신의 지적 능력을 믿지 않고 저점이 왔다는 확신에도 자기 돈의 전부를 투자하지 않고 여유분을 남겨두는 조심성 내지 자기 객관화의 자세를 활용해 분할매수나 분할매도를 하는것도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거겠죠.
결론적으로, 안정적으로 꾸준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이클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이클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난 다음에야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거겠지요. 그런 사이클에 대한 이해와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조바심과 불안에 잘못된 결정을 내려 손실을 내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