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우주 재무제표 분석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으로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의 전투기, 전차, 자주포들이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당연히 이런 방산주들이 주목을 받고 주가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방산주들의 주가는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테마주로서의 수명이 다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데, 역으로 이렇게 싸졌을 때 방산주를 사는게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연습기와 전투기를 생산해서 수출하는 한국항공우주 주가도 전쟁이 터지기 전 3만원대였다가 작년 9월에 6만3천9백원으로 두배이상 오른 후 지금은 4만6천원으로 고점 대비 30% 하락한 상태입니다. PER은 35배로 상당히 높지만, 이미 수주한 액수가 많아 매출과 순이익의 성장이 기대되기에 너무 높다고만 말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왜 이렇게 주가가 고점을 찍고 계속 떨어지고 있느냐면 4분기 실적이 갑자기 실망스럽게 나온 탓이 큽니다.

22년 4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우 양호하지만, 법인세비용 차감전이익과 순이익이 난데없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전체를 합산한 실적은 작년 대비 크게 호전되었으며, 이렇게 순이익이 호전된 이유로 코로나가 한풀 꺽이면서 여행수요가 늘다보니 보잉과 에어버스 등 민항기 부품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민항기 부품수출이 매출로 보면 전체 매출의 26%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익률이 좋기 때문에 매출 신장시 순이익이 늘어나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렇게 4분기에 유난히 매출액 대비 법인세차감전 사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어 적자가 나는 일이 작년 4분기에도 있었으며, 그 전분기인 3분기에 갑자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일도 작년에 이어 올해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한국항공우주의 회계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것입니다.

일단 연결현금흐름표를 보죠.

21년 2분기 대비 3분기 연결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갑자기 3,500억원 정도 줄어드는데, 이렇게 줄어드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의 변동 부분이었습니다. 해당 항목이 21년 반기에 2,450억에서 3분기 -1,450억으로 무려 3,900억원이 한분기만에 줄어듭니다. 이런 현상은 작년에도 반복됩니다.

22년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118억원에서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880억으로 3천억원이나 감수하는데, 이런 감소분은 이번에도 거의 전적으로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의 변동에 의한 겁니다. 2분기 700억원에서 3분기 -3,873억원으로 4,600억원이나 줄어든겁니다.

도대체 3분기에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의 변동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나와있는 세부항목들인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기타자산의 증가 및 재고자산의 증가가 각각 2,685억원 및 2,262억원이었습니다. 재고자산이 는거야 수주가 늘었으니 나쁜 건 아닐테고, 기타자산이 이렇게 늘어난 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가 주석에서 확인해봅니다.

기타자산이 전기말에 1조원에서 현재 1조2천6백억원으로 2,600억원이 늘어난 건 선급금과 선급비용이 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급금이란 물건의 재료나 부품들을 조달하기 위해 미리 돈을 준 것입니다. 결국 21년과 22년 3분기에 번번이 재고와 선급금이 크게 늘어서 3분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이건 경영이 정말 잘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아니나 다를까 21년 4분기에는 곧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늘어서 플러스로 전환되는데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늘고,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변동이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3분기 때 엄청나게 늘었던 선수금과 재고자산이 문제없이 모두 매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 이런 변화가 발생한 것이고, 이번 22년 4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나온 것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22년 4분기 잠정실적발표에서 나오듯 손익계산서 상 4분기 순이익이 마이너스가 찍히더라도 연결현금흐름표 상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4분기 단독으로도 매우 큰 플러스 숫자가 찍힐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렇게 4분기에 영업이 잘 안되어 적자전환된 것처럼 나온 잠정실적발표는 한국항공우주의 영업이 계절적으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오는 일시적인 변동일 뿐, 영업상황은 21년 대비 22년이 훨씬 양호한 게 사실일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업황은 이미 수주받은 액수만으로도 큰 폭의 매출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며, 회사 IR부서에서 올해 매출추정치를 발표한 공시내용을 봐도 올해 상황이 매우 낙관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너무 가파르게 올랐던 점이나 전쟁분위기가 앞으로 한풀 꺽이지 않을까 하는 예측같은 부분에서 찾는게 합리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그런 장기적인 전망이 밸류에이션 때문에 비싸다 느낀 게 아니라 최근 나온 잠정실적발표가 실망스러워서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진 것이라 판단된다면, 지금은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겁니다. 현재 나온 잠정실적은 나쁜게 아니라 정말 좋은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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