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읽는 순자 “권학”편

  1. 내 일찍이 온종일 생각만 해보았으나 잠깐이라도 공부하는 것만 같지 못했다. 내 일찍이 발돋음하여 멀리 바라보았으나 높은 곳에 올라 널리 봄만 같지 못했다. 군자는 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바깥 사물을 잘 빌려쓴다.
  2. 좋은 말이라도 한 번 뜀에 열 걸음을 넘을 수 없으나 둔한 말이라도 힘써 열흘을 달리면 천리를 갈 수 있으니 성공은 멈추지 않는 데 달려있다. 깍다가 멈춰버리면 썩은 나무도 쪼갤 수 없다. 깍고 깍아 멈추지 않으면 쇠나 돌이라도 새길 수 있다.
  3. 군자는 제 몸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공부하나, 소인은 가축처럼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공부를 한다. 따라서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주는 것을 조급하다 하고, 하나를 물었는데 둘을 대답하는 것을 수다스럽다고 한다.
  4. 공부는 어진 스승을 가까이하는 것보다 더 편리한 방법이 없다. 예-악은 큰 원칙만 있을 뿐 상세한 해설이 없고, 시-서는 옛 정사의 기록이라 현실에 맞지 않고, 춘추는 간략하고 오묘하여 곧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부의 길은 어진 스승을 좋아하는 것보다 빠른 방법이 없다. 위로 어진 스승을 좋아하지 못하고, 아래로 예를 숭상하지도 못한 채 그저 잡박한 학설이나 배우고 시-서의 훈이나 달고 다니면 말년까지 평생 고루한 유생을 면치 못하리라! 예를 숭상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영리하고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자기관리를 못하는 허튼 유생에 불과하다.
  5. 예의 바르고 공손해야 그와 더불어 도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말투가 화순해야 그와 더불어 도의 원리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낯빛이 도에 순종해야 그와 더불어 도의 극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
  6. 공부란 원래 하나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전심전력을 다한 뒤에라야 진정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눈으로는 공부에 옳지 않은 것을 보려고 하지 말며, 입으로는 옳지 않은 것을 말하려 하지 말며, 마음으로는 옳지 않은 것을 생각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권세, 이익이 그 뜻을 기울어지게 할 수 없으며, 군종이 그 뜻을 옮기게 할 수 없으며, 천하가 그 뜻을 흔들리게 할 수 없다.

순자 권학편 전문

중국의 제자백가 중 한 사람인 순자는 공자, 맹자, 묵자같은 성인들에 비해 덜 알려진 인물입니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건 맹자의 성선설에 반대해 성악설을 주장했다는 정도인데, 사실 순자가 “모든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주장한 건 아닙니다. 나라를 세우고 뭇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끊임없는 노력과 배움이 필요하고, 타고난 성정만으로 결정되어지는 건 교육의 영향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다는 뜻으로 성악설을 말하고 있습니다.

순자가 활동하던 전국시대는 “과학”이라는 학문이 전혀 정립되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어떤 성현이나 지식인도 과학적인 접근법과 철저한 검증으로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주장이 옳고 틀린지를 철저하게 논증함을 통해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답을 내는게 불가능했습니다. 순자의 주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그런 어려운 여건에서 어떻게 궁극적인 답을 찾아 접근해갈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궁극적인 경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진(精進)”을 권하고 있습니다. 정진이라는 개념은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단어 안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 현명한 군주가 나라를 어떻게 세웠는지를 바라보고, 나 자신의 키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경치를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 그 높이에 의지해서 바라보는 것과 같이 의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스승의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줄 수 있는 어진 스승을 최선으로 설정하고, 그 다음으로 배움의 과정에서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할 수 있는 그릇된 태도들을 경계하게 만드는 궁극적인 배움의 태도로서 “예(禮)”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또한, 배움의 과정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서 자칫 오해하고 착각해서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경계하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큰 원칙만 있을 뿐 상세한 해설은 없는 설명,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과거에나 통용되었던 유행 지난 주장들, 너무 간략하고 모호하게만 말하면서 정확한 이해와 검증이 어려운 이론들에 대해 주의해서 배울 것을 충고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돈 버는”것이 목적인 행위이고, 이에 대한 배움도 기본적으로 하나의 기술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군자의 공부나 유학, 철학 같이 제 몸과 마음을 아름합게 갈고 닦기 위해 하는 공부는 아닐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를 공부하고 실천한다면서 정말로 돌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다보면 심리적으로 조급함이나 탐욕, 또는 불안과 공포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투자를 배운다는 것이 단순한 기술의 범주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며 진지한 태도로 예(禮)를 갖춰 정진하는 하나의 학문의 범주로 받아들이는 것도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대 우리의 풍습에서는 쉽게 와닿지는 않는 말이겠지만 조급하거나 수다스러운 태도를 지양하고 내가 배운 것들을 쉬이 자랑하는 것도 자제하며 공손한 태도와 순한 말투, 도에 순종하는 얼굴빛 같은 격식과 태도에 대한 고리타분한 잔소리들도 마냥 무시하지 않고 한번 쯤 고민해보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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