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메모(5)

<월스트리트의 바보들>

피터 데로스도 소형주로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데로스는 하버드 법학대학원 출신으로 주식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그가 성공을 거둔 비결은 경영대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쓸데없는 것을 배우지 않았으므로, 잊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단연 가장 위대한 투자가 워런 버핏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기회를 탐색하는 인물이다. 다만 그는 기회를 발견하면 회사를 통째로 사버린다는 점이 나와 다를 뿐이다.

이렇게 탁월한 인물은 소수인 반면, 그저 그런 펀드매니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투자를 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신문과 잡지를 읽고 같은 경제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모두 매우 동질적이다. 우리 중에 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서 설명한 텐베거 종목들과 애널리스트 55명이 일상적으로 따라붙는 IBM, 애널리스트 44명이 조사하는 액손을 비교해보라.

월스트리트의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그 흥미로운 주식이 오르면 적당히 변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라 킨타 모터인에 배짱 좋게 투자하는 전문가는 없다.

월스트리트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다. “IBM에 투자하면 고객 돈을 날려도 절대 쫓겨나지 않는다” IBM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면, 고객과 상사는 이렇게 묻는다. “젠장, IBM에 무슨 문제가 생긴거야?” 그러나 라 킨타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면 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자네 무슨 일을 저질렀나?”


주식투자를 하려고 이런저런 자료나 정보들을 모아서 보고, 책을 읽고, 어떤 분들은 서로 모여서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면 자칫 빠지기 쉬운 착각이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언젠가 좋은 성과가 나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는겁니다.

공부라는 게 그렇죠. 머리가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면 당연하게도 시험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주식투자도 시험공부하듯 시험범위를 드립다 외우고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시험을 치기 위한 공부는 답이 정해져있습니다. 해당 영역에서 정말 중요한 원칙이나 필요한 핵심부분들은 시험을 치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요하게 여기고 열심히 공부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정답을 맞출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중요하지만 뻔한 대목에서 시험을 내면 모두가 고득점을 받기 때문에 그 시험은 변별력을 상실한 시험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험문제는 정말 중요한 핵심사항보다 자질구레한 디테일이나 주변영역들까지 공부했는지를 확인하기 마련이고, 그 안에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수하기 쉬운 함정을 넣어놓거나 문제를 꼬아서 냅니다.

결국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핵심사항보다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고 함정에 걸리지 않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지만, 모든 응시자들을 다 합격시킬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요.

반면, 주식공부는 특정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 그리고 돈을 버는 것이죠. 이러한 지상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답이 하나만 정해져있는 것도 아닙니다. 크게 돈을 잃기 쉬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원칙을 꾸준히 지키는 것만 실천하면 나머지 자질구레한 디테일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거든요. 정답을 맞추거나 출제자의 의도를 신경쓸 필요도, 자질구레한 것을 배우려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전문가들이나 투자책을 쓴 저자들은 자신들이 해왔던 “시험공부”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시험공부의 관점에서 책을 쓰거나 리서치자료, 유투브영상들을 만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것처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식공부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결과가 안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관점의 차이를 가려내지 못한 채 곧이곧대로 그런 정보들을 받아들이끼 때문입니다.

시험공부를 하듯 주식공부를 하는사람들이 주식책이나 각종 정보들을 접하면 노력하면 할수록 중요한 걸 놓치고 성과가 더 안좋게 나올 수 있다는거지요.

만약 자기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면 방대한 자료나 유투브영상, 최신 트렌드를 자랑하는 책들을 다 치우고 핵심적인 교훈 한두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서 사유의 끈을 놓지 않는 대가의 책 한두권에 집중하는게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식공부를 꽤나 해봤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두번은 읽어봤을 책, 처음엔 감명깊게 읽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뻔한(?) 소리만 들어있어서 외면하고 있던 진짜 대가들의 책 한두권을 정독하면서 그 책에 나와있는 특별한 비결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외면하고 있었던 부분, 정말 문제가 되고 있던 나쁜 습관들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도 거기에 해당하는 좋은 책 중 하나일거라 봅니다. 제가 위에 언급한 대목들도 매우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일거구요. 이미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종목,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십명의 애널리스트들이 달라붙어서 디테일한 자료들을 양산하는 종목에서 과연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고민해보라는 대목에서 굳이 주식이 아니라 투자 전반에서 기회를 찾아나가는 방법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닐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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