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외교 – 순자 부국편에서

강포한 나라를 섬기는 것은 어려우며 강포한 나라로 하여금 우리를 섬기게 하는 것이 쉽다.

재화와 보배로써 섬기면 재화, 보배가 다 했을 때 교류가 이어지지 않고, 동맹과 서약을 믿고 약속하면 약정한 지 하루도 안되어 배반하고, 나라의 땅을 조금 나누어 뇌물을 주면 땅을 나눈 후에도 저들의 욕망은 만족함이 없다.

공순하게 섬길수록 침략은 더 심해져 반드시 재물이 다하고 나라를 다 들어바친 뒤에야 그칠 것이다. 비록 왼쪽에 요 임금 같은자, 오른쪽에 순임금 같은자가 있어도 이같은 방법으로는 정해진 결과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교묘한 아첨의 말을 하고 절하며 청원하면서 두려움으로 섬긴다면 나라를 지키고 몸을 편안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명한 군주는 이 길을 가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을 하나로 통일시켜야 한다. 반드시 예를 닦아 조정을 가지런히, 법도를 바르게 하여 관리들을 바로잡으며, 공평한 정치로 백성들을 가지런하게 만든다. 이렇게 조정과 관리들, 백성들을 가지런하게 한다면 가까운 데 있는 자들은 친해지려 다투고, 먼 데 있는 나라는 귀의하길 원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입니다. 분단되기 전의 국토도 이웃나라들에 비하면 비좁기 그지없습니다. 주변 강대국에 비해 인구도 적은데 그나마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중이라 더 줄어들거라 합니다. 세계 패권을 누리며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미국, 그 미국을 추월하려고 끊임없이 군사행동을 반복하는 중국, 우리나라를 침탈해 식민지로 삼고 세계패권을 노리다 미국에 탈탈 털렸지만 이제는 평화헌법을 고쳐서 전쟁가능국가로 발돋음하려는 일본,,,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지만 주변의 강대국들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가 군대를 더 강하게 키우고 경제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국력을 키워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핍박하는 걸 막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외교를 잘하고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하면 우리나라를 지켜낼수 있을까요? 그렇게나 외교를 잘한다는 북한을 생각하면 이또한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같은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외교옵션은 두가지입니다. 등거리외교와 동맹강화 둘 중 어느쪽을 선택해도 우리나라의 안전과 안보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나라를 유지하고 국력을 키워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순자가 살던 고대 중국에서도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순자는 원래 제나라에서 삼도좨주라는 벼슬을 하며 직하학궁의 제주를 역임했지만 모함을 받아 초나라에 망명하여 남은 생애를 초나라 벼슬을 하며 살았습니다. 부국편을 저술하던 때가 어느 나라였는지 알 수 없으나, 당시는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가 천하를 일통하기 직전의 상황이었으니 강포한 나라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가장 주요한 의제였을겁니다.

순자의 고민과 통찰이 내린 결론은 “사람들을 하나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정과 관리, 백성들을 가지런하게 한다는 것은 이들이 제각각의 이득에 집착하여 서로 싸우며 혼란스럽지 않게 한다는 뜻입니다.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선다면 비록 작고 약한 나라, 물산이 풍부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일지라도 방한 나라들이 감히 핍박하고 침탈하지 못하며 먼 나라는 그 기강과 다스림을 부러워하여 귀의하길 원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지금의 윤석열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극악하고 황당한 리더십을 보면 이를 기대하는게 너무나 요원해서 안타깝고 원통하지만, 현정권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도 이러한 리더십에 제각각 분열되고 내분과 내홍으로 기강이 해이해지는 참상이 계속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깨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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