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 메모(6)

지난 10월의 (주식)폭락과 같은 혼란 뒤에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채권시장으로 도피한 투자자들이 있었다. 주식이냐 채권이냐의 문제는 솔직하게, 그리고 침착하면서도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주식시장이 폭락해서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 왔을 때 이들은 또다시 은행으로 몰려가 CD를 매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주식이라도 나쁜 시점에 나쁜 가격으로 매수하면 커다란 손실을 본단. 나쁜 주식을 좋은 시점에 사면 더 큰 손실을 본다(회사가 망한다는 뜻). 그러나 초단기 채권과 채권 펀드를 제외하면, 채권 역시 위험하다. 인플레이션이 무섭게 진행되는 동안 표면금리 6%인 30년 만기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채권의 가격이 얼마나 폭락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금리의 변동성을 이용해서 채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이런 변동성 탓에 채권 보유가 도박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와 도박을 깔끔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대공황을 겪고 20년 동안 사람들 대부분은 주식을 도박으로 여겼으며, 이러한 태도는 1960년대 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주식이 다시 투자로 인정받게 되었을 때는 시장이 고평가되어 대부분 주식이 매우 위험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식은 유행이 순환하듯이 투자로 인정받았다가 도박으로 배척당하기를 되풀이했으나, 대개 그 순환주기가 잘못되었다. 주식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시점에 신중한 투자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투자에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일단 받아들이면, 우리는 투자 유형이 아니라 당사자의 기술, 헌신, 모험심에 따라 도박과 투자를 구분할 수 있다. 체계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노련한 경마도박사라면, 경마로도 오랜 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사람에게는 경마가 펀드에 투자하거나 GE 주식을 보유하는 것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반면 최신 정보에 따라 서둘러 주식을 사고파는 무모하고 성급한 주식투자자라면, 이 사람의 주식 “투자”는 갈기가 멋진 말이나 자줏빛 비단옷을 입은 기수에게 월급봉투를 거는 행위보다 나을 바 없다.


위의 내용은 모두 3장 “투자인가, 도박인가?”에 나오는 글입니다. 투자에는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책에서 언급하듯 주식과 채권투자 뿐 아니라 원자재, 선물 옵션 외에도 요즘에는 코인투자까지 해마다 새로운 종류의 시장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거기에 뛰어들어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투자이고 어떤 것이 도박 내지 무모한 돈버리기인지를 정의하는 건 피터 린치가 지적했듯이 우리가 어디에 돈을 거느냐에 달려있는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는 겁니다. 주식을 도박처럼 하면 그건 도박이지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도박이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에 집착하면 안됩니다. 높은 수익률이 궁극적으로 큰 돈을 벌거나 노후대비와 같은 재무적인 목표로 이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박(이라 쓰고 잭팟이라 읽는)의 짜릿함이라는 자극으로 이어져 그 자극을 찾아 중독되는 도박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런 짜릿함과 자극을 추구하늘것을 버리고 손실가능성을 줄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며, 그러한 작업은 반드시 확률론에 입각한 통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연평균수익률이 매우 낮은 채권이지만, 많은 이들이 주식에 몰려들어 수많은 주식들이 고평가 상황에 놓여있는 반면 채권이 소외되어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있는 국면에 들어간다면 안전한 “투자”가 되지만, 주식폭락이 와서 혼란한 와중에 너도나도 위험한(?) 주식을 버리고 안전한(?) 채권으로 들어가는 국면에 채권을 하는 건 안전하지도 않고 투자도 아닌 단지 도피행위에 불과한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나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있고 얼마나 훈련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체계적인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가가 투자와 도박을 가르는 구분점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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