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62008
위는 블랙락 투자연구소 소장인 장 보뱅 전략가의 주장을 실은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지 않고 끈적끈적하게 되어서 연준의 금리인하를 막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한, 경기침체가 시장참여자들의 컨센보다 훨씬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는겁니다. 왜냐하면 연준이 물가하락을 가져올 정도의 강한 경기침체가 나오기 훨씬 전에 지금의 가파른 기준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기때문에생각보다 생각보다 큰 경기침체가 오기 어렵다는 거지요.
그래서 경기침체가 와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금방 꺽이지 않기 때문에 연준은 조기에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것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지금 미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대안으로 TIPS, 즉 물가연동채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장 보뱅 소장이 말하는 내용의 핵심은 현재 미국채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상태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판단하는데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은 과소평가하는 반면 중앙은행이 반복적인 금리 인하로 시장을 구제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을 비이성적이라는 지적, 실제로는 그런 잘못된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역발상이 전략의 출발점인 겁니다. 그렇다면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미국채 장기물에 대한 투자는 자칫 크게 망할수 있는겁니다.
반면 현재 장기물 미국채에 롱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저 포함)의 논리는 역사적으로 연준의 긴축정책은 언제나 장단기금리 역전을 일으켰고 그 끝은 언제나 경기침체였다는 경험칙입니다. 무엇보다 경기가 활황이 아닌 불황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억지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렸기때문에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조만간 나올거라는 예상이 무리한 논리전개는 아니며, 실제로 ISM제조업지표등을 보면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서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경기상황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두 대치하는 두 주장이 갈리는 지점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적거릴것인가와 다가올 경기침체(장 보뱅 소장도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동의)의 강도는 어느정도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https://m.kvina.co.kr/newsCenter/view.asp?articleId=202104075772i&pgCode=0303
사실 장 보뱅 소장은 이미 판데믹이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았던 2021년 4월부터 일찌감치 인플레이션 전망을 내놓았으며 이를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당시 “끈적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던 파월 의장의 망언과 매우 대조되는 통찰이었죠. 미국이 팬데믹 이후 투입한 재정이 무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3년은 지속될거라 예측했던 그의 주장이 그렇게 불합리한 건 아닙니다.
반면, 2021년도 내내 장 보뱅 소장과 같이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며 파월 연준의장과 각을 세우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훨씬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2022년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때부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의 경기침체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경기연착륙 가능성을 읽축합니다.
http://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610
지난 달인 2023년3월 기사인데, 소비자들이 쌓아온 저축액수가 몇 달 남아있지 않은 것에서 소비하락과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미국 GDP의 약 70%를 소비자지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생각보다 더 빠르게 털어가며 경제성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신용카드 부채를 가진 사람이 신용카드 보유자의 39%에서 46%로 1년 사이에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견조한 소비성향을 근거로 경기 연착륙의 가능성을 주장하던 경제학자들의 논거와 배치되는 통계들입니다.
물론, 래리 서머스도 최근 끈적해진 고물가상황이 경기침체 한방으로 금방 사라진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거의 10년동안 꾸준히 주장해왔던 “구조적 장기침체론(secula stagnation)”을 최근 공식적으로 철회한 바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와 저금리, 저성장 시대로 세계가 진입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져서 고금리, 고물가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왔다며 자신의 주장을 수정한겁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두 가능성을 가지고 많은 논쟁이 오가던 중 갑자기 국면이 바뀌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으니 다름아닌 SVB파산 사태입니다. 이 금융사고 이후 갱신되는 실시간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면서 래리 서머스의 경기침체 전망은 훨씬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SVB파산과 같은 금융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끈적하게 지속될 것인지,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짙게 드리워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두 진영이 서로 논쟁을 벌이는 전선이 SVB파산 이후 경기침체를 주장하는 진영쪽에 더 유리해진 것입니다.
물론, 이 논쟁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것이 분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6월 이후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인한 물가상승율이 기본적으로 더 높게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 인플레이션에 불을 당겼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여전히 진행중일 뿐 아니라 이번에는 중국이 대만을 노리며 긴장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죠. 유가도 OPEC 플러스의 감산결정 이후 꾸주히 올라가고 있구요. 언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에 불을 당기는 이벤트가 나올지 모르는 형국입니다.
물가인상이 단순한 공급망이슈나 단기적으로 돈을 너무 많이 풀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화라는 거대한 조류가 퇴색되는 탈세계화의 조류에 의한 것이라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분명 근거가 있는겁니다.
분명한 건 이 두 주장 중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는 것만큼 투자성과에 중요한 사안은 거의 없을겁니다. 그만큼 신중을 기해서 판단하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입니다. 반드시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예측하고 판단해야 하며 섯부른 주관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지레짐작에 의존해서 결정하는 실수를 범하면 안되겠지요.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정확하게 시장을 “관찰”하는 작업이 절실해지는 국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