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이 선거 나올 때마다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공약을 남발할 때마다 한 말인데, 생각보다 이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레토릭이 매우 위험하고 악질적인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말로 나라에 돈이 충분히 많다” 내지 “돈을 윤전기로 무한정 찍어내도 별 탈이 없다”는 식의 성립되지 않는 거짓말을 전제하지 않으면 “도둑놈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에요. 어떤 문제가 되었든 애초부터 끌어쓸 재원이 녹록치 않거나 이해가 상충하는 양쪽 중 어느 한쪽 편만 들수는 없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는게 밝혀지는 순간 그런 주장은 이미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 되버립니다.
무책임한 정치꾼들이 선거를 앞두고 이딴 말을 하는 경우는 백이면 백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난맥상이 존재해서 오랫동안 유권자들을 힘들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어려운 문제를 “도둑놈만 잡으면” 해결된다는 속시원한 사이다발언으로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을 쓸어담는 정치꾼들이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1. 문제가 단순하다. 복잡하고 어려운게 아니다.
2.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3. 니들도 내심 그 도둑놈(?)들이 짜증나지 않았느냐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알기쉬운 공공의 적 하나만 바라보게 만드는 수법의 결말은 분명합니다. 그런 주장에 사람들이 휘말리면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한정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게 조정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서로간에 갈등을 조장하며 문제해결은 뒤로 미루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도둑놈(?)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왜 이전 수많은 정권들에서는 그렇게 도둑놈들을 잡아내지 못한 채 문제를 뒤로 미뤄놓기만 했을까요? 그거만 봐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구조적 모순은 존재하지 않으며 도둑놈(?)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레토릭을 반복해 말하는 자들이 허경영같은 정치사기꾼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문제는 그런 정치꾼들의 레토릭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속시원한 사이다발언이라 여기고 자기 자신도 그 발언을 따라하고 자신의 신조나 진리인것처럼 퍼트리는 경우입니다. 이미 유명한 정치인이 그 말을 했다는 권위를 빌려와 별다른 검증이나 고민 없이 그런 식의 레토릭이 퍼져나가다 보면 모든 문제들은 그렇게 “도둑놈들 다 쓸어내줄” 혁명을 이끌어줄 정치지도자, 그걸 완수하기 위해 초법적이고 독점적인 권력을 천연덕스럽게 요구하는 정치지도자들에게 민주주의를 갖다바치며 우리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존엄까지 내던지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많은 이들의 고통과 짜증을 유발했던 난제들은 결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풀어야 하고, 그걸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양보하고 타협하는 어렵고 지루하고 짜증나는 길을 손잡고 걸어가야만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