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을 쌓는 데는
달마다 하는 것이 날마다 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며
시절마다 하는 것이 달마다 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고
해마다 하는 것이 시절마다 하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
무릇 사람은 작은 일은 오만하길 좋아하고
큰 일이 일어난 연후에야 힘쓰길 시작한다.
이와 같다면 항상 작은 일에 충실히 힘쓰는 자를 당해내지 못한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작은 일은 자주 일어나 그리되는 날은 많고 그 쌓이는 것도 크지만
큰 일이란 드물게 일어나 그 날도 적고 그 쌓이는 것도 작기 때문이다
고로, 날을 아끼는 자 왕(王)이요
시절을 아끼는 자 우두머리 패(覇)자요
일이 벌어지고 고치는 자 위(危)태롭고
제멋대로 일삼는 자 망(亡)하게 된다
고로 왕자는 모든 날들을 공경하고 우두머리는 시절을 공경한다.
근근이 연명하는 국가는 위태로워진 이후에야 근심하고
망하는 나라는 망한 이후에야 망한 것을 안다.
망국의 재앙과 패배는 아무리 후회해도 부족하다.
제후의 좋게 쌓인 일은 시절에 의지해서만 가능하다.
왕자의 공명은 매일매일 기록해도 다 하지 못한다.
재물과 보화는 큰 것이 중요하나 정교와 공명은 반대다.
작은 것을 쌓는 것에 유능한 자가 빨리 이루는 것이다.
시경에 이르길 “덕의 가벼움이 솜털과 같지만 들어올리려고 애쓰는 사람이 드물다” 하였다.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순자의 강국편에서 강국이란 강(强)한 나라가 아니라 굳셀 강(彊), 즉 기강이 잡혀있고 단결되어 다른 나라가 침범할 수 없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강국편에서 순자를 이르는 호칭이 다르고, 문체가 차이가 있다 하여 본인이 아닌 제자들의 저술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 내용은 순자의 다른 저서들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굳센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일을 부단히 쌓아가는 것에 있습니다. 국가를 이끄는 이들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정진하면서 새롭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왕자의 위업과 공명이 될것이라 말하는데, 이는 상나라(또는 은나라) 탕왕의 고사에서 따온 교훈입니다. 탕왕이 목욕물을 담는 그릇에 썼다는 경구인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에서 나온 일신 우일신에서 날마다 새로워지며 일취월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가 탕왕과 같은 왕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지요.
나라를 이끄는 왕자가 날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모든 시간을 어떤 한 경지나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것을 끊임없이 쌓아가다 보면 그 나라는 자연히 어떤 나라도 침범하지 못하는 굳센 나라가 될 것이라는 순자의 생각은 유학자로서는 굉장히 독특한 철학입니다. 거의 모든 유학자들이 부국강병이라는 가치를 거부하고 도덕정치를 지향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순자는 유학자로서는 드물게도 부국강병을 긍정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가 부강해지는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고심하고 이를 책으로 써내려갑니다.
전국시대가 끝나가는 시기 기강이 바로서있고 강성한 진나라를 방문해서 진면목을 확인한 순자로서는 법가에서 주장하는 부국강병론에 유교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했을테지요. 그는 유학자 답게 탕왕의 일신 우일신의 고사에서 그 답을 모색했던 것 같습니다.
나라의 기강을 세워가는 것이나 투자자로서 투자에 성공하는 것이나 근본은 같습니다. 작은 일에서 꾸준함을 보이고, 시간을 아껴 자신을 갈고 닦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없다면 성공은 점점 멀어진다는 원리에 있어서 전혀 다를게 없다는 것은 양자가 정확히 일치하겠지요.
우리가 해야 하는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쉽고 솜털처럼 가벼운일을 성과가 쉬이 나오지 않음에도 조바심 내지 않고 쉬지 않으며 반복하며 애써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는 걸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