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로를 통해서 종목을 발굴하든지, 발굴하자마자 주식을 매수해서는 안된다. 던킨 도너츠에 항상 손님이 붐비거나 레이놀드 메탈이 주체 못 할 정도로 알루미늄 주문을 받는다고, 당신이 그 주식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확인해봐야 할 이야기를 들은 것에 불과하다.
스토리를 확인하는 일은 절대 어렵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식을 분석하는 일이 매우 난해하고 기술적인 작업처럼 되어버려서, 조심스러운 정상인들조차 평생 모은 돈을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투자한다.
우선 그 제품이 성공할 경우 회사 이익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주름 제거 크림”, “노화 방지 크림”이라 쓴 레틴-A에 열광해서 존슨앤존슨의 시총을 14억달러나 올려버린 투자자들은 과대선전에 속아서 레틴-A의 전년도 매출이 3,000만달러에 불과했으며, 새로운 약효에 대해서는 식약청으로부터 추가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기업의 규모는 투자수익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높은 수익은 소형주에서 나온다. 코카콜라와 같은 대형주를 매수한다면, 2년 안에 4배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소형주에 투자해야 유리하다.
주식은 한번 유형이 정해지면 그것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두 배가 되었을 때 팔아라”, “2년 뒤 매도하라”, “10% 하락하면 손절하라” 같은 일반적인 격언에 따라 전략을 세운다면, 이는 절대적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온갖 유형의 주식에 고루 적용되는 보편적인 공식을 찾아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생주가 아니라면, 공익기업을 보유하면서 필립모리스같은 실적을 기대해봤자 소용이 없다. 월마트같은 잠재력을 보유한 고성장 신생기업에 투자했으므로 1,000% 수익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50% 수익 후 매도한다면 이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반면 대형우량주가 이미 두 배로 뛰었고 전망이 밝지 않은데도 또다시 두 배 상승을 기대하며 계속 보유한다면 이것도 미친 짓이다. 대형 우량주를 좋은 가격에 매수했다면, 이 종목을 치워놓고 20년동안 잊고 지내도 상관없지만, 경기순환주를 매수했다면 잊고 지내서는 안된다.
주식의 유형을 분류하는 일이 투자논리를 개발하는 첫 단계다.
주식을 사기 전에 먼저 분석하고 스토리를 확인하며 회사의 이익전망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 그리고 이 주식이 이전에 설명했던 주식의 여섯가지 유형 중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분류하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인지는 인용한 내용 중 밑줄 친 마지막 문장에서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투자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첫단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투자논리 개발”이라고 하니 왠지 거창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피터 린치가 개인적으로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기업들의 여러가지 특징들을 이어지는 챕터에서 기술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이 어떤 기업을 투자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려면 합리적이고 일관된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일관된 논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너무 막연하고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논리라는 게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피터 린치가 책에서 말했듯 여섯가지 유형 중 어떤 유형이라 생각해서 투자했는지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도 충분히 명확한 투자논리를 내포하고 있는겁니다. 그렇게 명확한 유형분류에만 성공하더라도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을 잘못된 방식으로 사거나 파는 걸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투자하려는 주식이 어떤 유형의 주식인지만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도 대형주를 매수하면서 열 배 수익을 기대하고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들고 간다거나(배당이나 안정성이 아닌 열 배 수익을 바라면서!), 일회성 호재나 매출에 크게 공헌하지 못하는 호재에 들떠서 대형 우량주를 매입한다거나, 위험하지만 성장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소형 성장주에 몰빵하면서 모든 돈을 다 잃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는거지요.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을 하나하나 여섯 유형들 중 어떤 유형에 속하는 종목들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보유기간과 기대수익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본다면 거기에서 내가 실수하고 있거나 고쳐야 할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될거라 봅니다.
수면제의 까리한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