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투자와 관련해 결정을 내릴 때 근거로 삼는 잣대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공 시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이 매우 높은 반면 실패할 때의 손실은 감당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물론 성공확률도 작고 확률에 보상을 곱한 기대값도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밑져야 번전”에 “잘하면 대박”이라는 구조는 매력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고 심리적으로도 통제가능하다는 확신을 기대할 수 있는 때입니다. 확률이 높다면 실패했을 경우의 손실이 상당히 크고, 성공할 때의 보상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해봄직한 승부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겁니다. 물론 실패할 때 내 목숨이나 가족의 불행과 같이 절대로 훼손되면 안되는 것을 걸어야 한다면 확률이 1만분의 1이라 하더라도 승부를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요.
첫번째 경우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복권이 되겠습니다. 복권이 투자가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도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기대값이 마이너스 수익이니 돈을 쓰면 쓸수록 손해라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기대값이 마이너스인 복권도 생각보다 유용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복권 한 장 정도의 부담은 내가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도, 불편함도 주지 않는 액수입니다. 그렇게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돈을 버리는 대신 혹시라도 당첨이 된다면 내 인생을 몇차원 이상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 대박을 안겨줍니다. 기대값이나 성공확률의 차원에서는 말이 되지 않지만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는 얼마든지 합리적인 대안이 되줄 수 있는게 복권이라는 거지요.
반면,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실패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그런 투자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옵션 양매도전략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시일겁니다. 시장이 통상적인 상황 안에서 움직이는 거의 대부분의 시기에서 꾸준하게 이득을 챙겨갈 수 있는게 옵션 양매도 전략입니다. 그런데,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 표준편차의 범위를 뛰어넘는 그런 변동성에 시장이 노출되버리면 자신이 투자한 돈을 모두 잃는 정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어마어마한 돈을 생으로 물어내야 하는 막대한 손실을 강요당할 수 있는게 양매도 전략이지요.
결국 투자의 성공요소는 도식적인 기대값만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각오할 수 있는 손실의 정도”를 함께 고려해야만 합니다. 특히나,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후자의 요소는 훨씬 강력한 역할을 하게 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