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경제

우리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의 금리나 경제지표들을 관심가지고 지켜보는 이유는 미국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현재 미국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상황에 우리나라의 경제와 갖가지 투자상품들이 종속되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 하나로 상징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활황이라서 인플레이션이 온게 아닙니다. ISM제조업지수는 처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많은 긍정론자들이 “미국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 비중이 큰 나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지만, ISM 제조업지수는 단순한 제조업 업체가 아니라 미국의 상장기업 전체의 EPS와 거의 함께 움직이는 동행지표입니다.

그렇게 기업이익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인데, 연준은 고용상황이 이렇게 뜨거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시점은 올해가 아니라는 건 매우 합리적이고 당연하기까지 한 이야기입니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가 시스템위기에 빠지는 돌발변수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노동시장, 처참한 ISM제조업지수,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게 유력한 상장사들의 이익전망은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이렇게 장기간 유지될 수 없는 거대한 괴리(divergence)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괴리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코로나 판데믹 이후 미국 정부와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공급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러한 유동성 공급이 지금의 주식거품과 뜨거운 노동시장을 만들어냈는데, 이제는 그러한 약발이 “얼마나 남아있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국면이 더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끝나간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그런 괴리가 끝난다는 말이 곧바로 경기침체나 심지어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는 게 아닙니다. 경제가 지금보다 더 좋아져서 뜨거운 노동시장에 붙어서 괴리가 해소될 수도 있고, ISM 제조업지수가 크게 올라가서 상장사들의 양호한 현재 EPS에 근접해서 괴리가 사라질 수도 있는겁니다. 다만, 그렇게 미국의 순이 사라지고 경제사정이 매우 좋아진다는 것은 역으로 그 외의 국가들 어딘가에서 그만큼 처참한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새로운 괴리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일수도 있겠죠. 물론 확률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이 또한 언제나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투자 기회는 지금 당장의 현상에서 찾는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한 생각, 즉 전망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전망을 세우고, 가장 적절한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전망을 할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내려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일들, 현상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꺽일 조짐이 보이지 않고, 그 이유는 노동시장이 굉장히 뜨겁고 서비스산업이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연준은 지난 1년간 엄청난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이로 인해 SVB사태같은 지방은행들의 경영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현상입니다.

이제부터는 전망을 해야 합니다. 미국 지방은행은 지금까지는 돈을 못벌거나 크게 손실을 봐서 어려운게 아니라 단순히 보유자산의 평가손실로 인해 재무제표가 부실해지고 있다면, 앞으로는 그걸 넘어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로 인한 직접적인 영업타격으로 부실이 드러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 국한되긴 하나 상업용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부실이 드러날 조짐이 드러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주주와 경영진이 경영행위에 책임져라”는 태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침체를 예상하며 주식에 숏배팅을 하거나 국채를 투자해왔던 이들이 예전부터 상상하고 있던 그림은 지금같은 SVB사태가 아니라 상업용부동산의 부실로 인한 직접적인 영업타격이 가시화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그림이 가시화 되어야 경기침체의 공포에 모두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그 때가 되면 더이상 지금같이 “인플레이션”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며 모두가 뚜렷하게 “경기침체”라는 키워드를 바라보며 거기에 돈을 거는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투자기회를 찾는다면 바로 그러한 미래, 즉 침체를 전망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침체를 전망하는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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