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잠정집계한 2023년1분기 잠정 실적은 한마디로 “처참”했습니다.

전분기 대비로든, 전년 동분기 대비로든, 매출이든 영업이익이든, 순이익이든 모든 것이 다 쪼그라들었습니다. EBITA는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 아니냐,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조금 늘었지 않느냐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2022년4분기는 전자 및 디스플레이쪽 업황 침체로 기록적인 영업적자에 빠져서 “여기서 더 무너질 건 없다”는 분위 속에서 자위하던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는 석유화학 쪽에서 업황이 추가로 더 안좋아진 겁니다.

5월9일에 올라온 IR자료(실적설명회 자료)에서 정확히 무엇때문에 실적이 안좋아진 것인지 설명하고 있는데, 2022년 4분기부터 급격히 악화된 필름/전자재료분야의 영업적자는 적자폭은 줄었으나, 이번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이전분기까지 흑자를 내주던 화학쪽에서 크게 손실을 내며 적자반전이 되었습니다.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자재 부문에서 타이어시장의 위축에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나옵니다. 그나마 유망한 사업분야인 아라미드 제품의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며, 공장 증설이 올해 하반기에 완료되면 사정이 나아질거라 낙관하고 있습니다.

화학부문은 유가하락이 매출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나마 원재료 가격의 하락에 더해 수출운임이 하락해서 영업이익은 약간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이거만 봐도 현재 세계경제가 점점 침체로 향해하고 있는 와중임을 알 수 있는데, 원유를 비롯한 원재료의 하락에 운임까지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건 전세계적인 수요감소가 진행 중이라는 걸 상징하고 있는겁니다. 결국, 매출액의 감소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영업이익의 호전도 일시적인 것으로 그칠 수 있다는 거지요.

반면, 전자와 디스플레이에 필름 등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매출액도 늘고, 1년 넘게 증가만 되던 적자폭도 간만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길이 너무 멉니다. 1천억원 매출에 244억원 적자,,, 이 상태로 1년 이상 유지된다면 사업을 계속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겠지요.

매출은 디스플레이/전자 부문보다 많지만, 만성적으로 영업이익이 저조한 패셜부문입니다. 설명에서는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낙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매출액이 고마고만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견조한 성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나, 전체 매출액에서는 그런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한 회사 안에서의 실적추세를 보면서 이것저것을 확인해봤다면, 이제는 회사 바깥쪽, 즉 전체 시장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어느정도 선전을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화학제품들, 타이어제품, 디스플레이/전자 재료분야에서처럼 시장 전체가 좋지 않아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지만, 그러한 시장 내에서 점유율이나 영업력에 우위를 장악하고 있다며, 나중에 시장상황의 회복 때 더 빠른 수익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시장 내에서의 입지가 애매하다면 기나긴 겨울 동안 먹지 못해 굶어죽거나, 살아남아도 축소되어 초라해진 모습으로 내몰리게 될수도 있는거지요.
현재 코오롱 인더스트리에서 투자를 늘리며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시장이 아라미드섬유 부문입니다. 전기차의 타이어코드와 브레이크패드에서 널리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의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어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서 공장설비를 확장했는데, 이렇게 설비를 늘리면서 고객사도 생산량의 70%까지 확보해놓았다고 하니 이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원래는 듀퐁사가 특허로 막아놨던 아라미드 제조기술을 코오롱이 산업스파이(퇴직한 듀퐁 직원)를 통해 기술을 훔쳐와서 영업을 하다 소송으로 천억원이 넘는 돈을 물어준 타격이 제대로 회수되기도 전에 효성첨단소재나 태광같은 경쟁사에서 잇다라 아라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제조설비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앞날에 대한 확신 보다는 불안감이 더 짙게 드리워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기회를 찾으려면, 좀 더 깊게 공부해보거나, 주력 아라미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점유율을 늘려서(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인데, 20%로 늘릴 계획) 다른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들어가는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현재 망가져가고 있는 실적이 더욱 악화되어 바닥을 찍는 걸 확인하고 투자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수 있겠구요.
어쨋던, 지금은 해당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기회를 가시적으로 확인하는것 보다는, 다양한 제품군의 실적 추세를 보면서 디스플레이/전자 업계와 석유화학업계, 그리고 운송비추세를 통한 조선업계의 상황을 조망해보는 데 어 큰 의미를 두는게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