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공개된 정보보다는 소문이 훨씬 더 흥미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회사의 공식 발표보다 식당에서 주워들은 토막 대화에 더 무게를 둔다. 조언은 출처가 신비로울수록 설득력이 강해진다.
장부가치는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질 때도 많지만, 실제 가치보다 축소될 때도 많다. 토지, 목재, 석유, 귀금속 등 자연자원을 보유한 기업들은, 이러한 자산의 장부가치가 실제 가치의 몇 분의 1 수준일 때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듀폰을 사려던 투자자들은, 듀폰 주식 25%를 보유하고 있는 시그램을 매수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시그램은 듀폰 자산주가 되었다. 조세감면도 회생기업이 보유하는 훌륭한 숨은 자산이 된다. 이월결손금 덕분에, 펜 센트럴은 파산으로부터 회복하였을 때, 새로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회사들은 모두 돈을 벌어들이지만, 이를 위해서 지출하는 금액은 회사마다 다르다. 바로 이런 결정적인 차이 때문에 필립 모리스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가 되지만, 철강회사는 매우 불안한 회사가 된다. 잉여현금흐름인지 확인하라. 잉여현금흐름이란 정상적인 자본적 지출을 차감한 뒤 남는 현금흐름을 말한다.
자동차회사라면 재고 증가가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신차는 항상 나름대로 가치가 있어서,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릴 필요가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유행이 지난 300달러짜리 자줏빛 미니스커트는 3달러에도 팔리지 않는다.
“성장”을 “확장”과 동일시하는 관점은 월스트리트의 가장 흔한 착각이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필립 모리스처럼 정말로 위대한 성장기업을 간과하게 된다. 성장의 핵심은 필립 모리스가 원가를 낮추고 특히 가격을 올려서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에 있다. 바로 이익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유일한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의류 업종이나 패스트푸드 업종이 필립 모리스처럼 가격을 올린다면, 얼마 안가서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필립 모리스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있으며, 쌓여가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다.
성장기업의 생애는 세가지 단계가 있다. 초창기, 고속성장기, 그리고 성숙기, 성숙기에 들어간 기업은 확장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각 단계는 몇 년 정도 이어진다. 두 번째 단계가 가장 안전하면서 수익도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회사가 단지 성공공식을 복제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센서매틱이 상품 절도 방지 시스템을 매장마다 잇달아 설치하며 확장하는 동안, 주가가 2달러에서 40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회사는 성장 탄력을 유지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고, 주가는 42달러에서 5.6달러까지 떨어졌다.
맥도날드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성장을 유지했다. 드라이브 인 창구와 아침 식사를 도입해서 매출에 전혀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었다. 샐러드와 치킨을 추가해 둘 다 이익을 높였을 뿐 아니라 더이상 소고기 시장에 더는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신규매장 개점은 저조해졌지만, 맥도날드는 기존 매장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함을 입증하였다. 현재 맥도날드의 PER은 낮지만, 맥도날드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공 업종이 불안정한 경기순환주인데도, 왜 팔지 않고 오히려 더 샀던가? 주가가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현실을 보지 못했다. 회사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었는데도, 나는 텍사스 항공의 최신 스토리에 말려들었다. 망한 항공사를 인수해서 원가를 낮추면 막대한 이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스토리에 신문에 매일 실리는 경고신호, 즉 수하물 분실, 스케줄 변경, 도착 지연, 성난 고객들, 이스턴 항공 직원들의 불만 등을 무시했다.
이스턴 항공의 심각한 문제들이 분명하게 드러나서 이어지리라는 온갖 증거가 나왔을 때 내가 주식보유량을 줄이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이 기본 정보를 이용해서 또 다른 승자 델타 항공을 매수하지 않은 것도 실수였다. 델타 항공은 이스턴 항공의 주요 경쟁자였으므로, 이스턴 항공이 운영 문제로 회사 규모를 영구적으로 축소한다면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기업이었다.
“성장”을 “확장”과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 폐부를 찌릅니다. 사업영역의 확장은 이익의 성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무리하고 비효율적인 확장을 하다 회사가 망하기도 하고, 본문에 맥도날드 사례가 보여주듯 확장이 멈춘 기업에서 오히려 극적인 성장을 지속시키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경영진의 능력의 중요성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빛을 발휘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사업이 잘 될수밖에 없어서 바보가 사장을 해도 돈을 버는 기업을 혹시 발굴할 수 있는지 열심히 찾아다녀보고 있습니다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결국은 경영진의 능력에 의해 영업상황이 매우 크게 좌우되는 사업영역에서 어떤 기업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적응하면서 성장을 지속시키는 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해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실수, 회사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멋진 스토리에 가려 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항상 점검하며,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고수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마음판에 새겨서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