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으로는 a) 당신에게 강점이 있고, b) 모든 조사기준을 충족하는 흥미로운 전망을 발견했다면, 해당하는 종목을 모두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 종목이 될 수도 있고, 열두 종목이 될 수도 있다. 어리석은 분산투자는 소액투자자들을 괴롭힐 뿐이다.
소규모 포트폴리오라면, 3-10개 보유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10루타 종목을 찾는다면, 보유종목이 많아질수록 그 안에서 10루타 종목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스톱 앤드 숍은 대박 종목이 되었지만, 나는 이 종목이 30-40% 이상 수익을 내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억다. 회사도 신통치 않고 주가도 내려가고 있었지만, 배당수익률이 마음에 들어서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할인점 사업부 모두에서 스토리가 좋아졌다.
요즘 기업 인수 루머가 온통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지만, 내가 인수를 기대하고 매수한 종목 가운데 실제로 인수가 일어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대개 기본 가치가 좋아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 가운데서 인수되는 종목이 나왔다. 게다가 이것도 전혀 뜻밖의 종목이었다. 뜻밖의 호재가 어느 종목에서 터질지 예측할 방법이 없으므로, 보유종목을 늘리면 그런 호재를 잡을 가능성도 커진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성공한 원인이 성장주에 특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부분적으로만 옳은 말이다. 나는 성장주에 펀드 자금을 30-40% 이상 배분해본 적이 전혀 없다. 나머지는 이 책에서 설명한 다른 유형에 분산투자했다.
위험과 보상을 손쉽게 계량화하는 방법은 없다. 핵심은 종목을 제대로 알고 매수하는 것이다. 고평가된 대형우량주를 편입하여 오히려 위험을 높여서는 안된다. 투자한 회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너무 비싼 가격에 매수했기 때문에 한 푼도 벌지 못한다면, 이는 정말로 큰 비극이다. PER이 500배였던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이 다음 15년 동안 극적으로 증가하여 PER은 약 20배가 되었다. 그러나 주가는 줄기차게 내려가 40달러가 3달러가 된 뒤 반등하였고, 10년 후 44달러에 인수되었다.
“25% 손해보면 팔아야겠어.”라는 치명적인 생각을 버리고 “25% 손해보면 사겠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런 투자자는 주식에서 큰돈을 절대로 벌지 못한다. 손절매 주문을 내는 행위는 주식을 현재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팔겠다고 인정하는 행위다. 손절매에 걸려 자칭 신중한 투자자가 물량을 털어내고 나면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현상 역시 섬뜩하다.
주가 상승에 대해 인위적인 목표가를 설정할 방법도 없다. 내가 “두 배가 되면 팔아라” 따위 말을 믿었다면, 대박 종목을 단 한번도 잡지 못했을 것이고, 이 책을 쓸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단타 매매는 성공할 확률이 실패할 확률보다 1-2%만 높아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거지 잦은 매매로 인해 수수료와 세금비용이 나가는 걸 생각하면 훨씬 더 높은 확률이 전제되어야겠지만, 어쨋던 제대로 훈련된 단타매매자가 원칙대로 거래한다면, 적어도 빠른 시간 안에 밑천을 거덜내는 상황에 내몰리지는 않습니다. 단타 매매로 크게 돈을 잃는 조바심과 탐욕에 이끌려 원칙에서 벗어난 거래를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타가 무적의 거래법이 아닌 이유는 거래가 너무 잦기에 거래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수 있고, 원칙대로 거래를 한다면 들이는 노력과 위흠 대비 수익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피터 린치가 강조하는 것처럼 텐베거, 열배근처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분초를 다투며 피를 말리는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등 치뤄야 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단타를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건강을 쉬이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할 열정과 체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는 장기투자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장기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한다면 보통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해주는 충고들 중 들으면 안되는 말이 “손절선을 설정하고 그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절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기업의 펀더멘털이 망가지지 않았어도 수많은 원인들, 그리고 이렇다할 원인도 없이 주가는 얼마든지 반토막 이상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랬을 때 기쁜 마음으로 내 주머니를 털어서 추가매수할 수 있을만큼의 확신(conviction)을 가진 종목을 선택하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런 종목을 내가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두 종목만으로 포트포리오를 구성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랬을 때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인내심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내 계좌의 전체수익률이 한 해 내내 -30%에서 -40%를 찍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현금을 집어넣으면서 추가매수를 결행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의 심리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분산투자를 시도합니다. 이렇게 분산투자를 할 때 중요한 건, 정말 제대로 된 방식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나 성장주를 강조하고, 많은 이들로부터 “텐베거”라는 단어를 설파해온 피터 린치도 펀드 메니져 시절 성장주의 비중이 30-40%를 넘긴 적이 없었다고 밝히는 부분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분산투자를 아예 하지 않고 성장주 몇 종목만 가지고 대박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면, 주식의 여러가지 유형이나 산업유형들이 크게 겹치지 않도록 골고루 선택하여 비중을 일정하게 맞추어야 제대로 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랬을 때 비로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제 포트폴리오들이 나름 골고루 분산된 상태인데, 확실히 낮은 계좌수익률이 답답하지만, 변동성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덜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완전하 포트폴리오이기는 커녕 공부를 제도로 못한 종목들 투성이라 부끄럽지만, 두세종목에 집중투자를 했다면 손실이 나든 수익이 나든 버티지 못하고 팔았을 상황들에서 별로 마음 쓰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분산투자의 효용은 증명된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