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자 혹세무민

유투브 언더스탠딩 2023년5월17일 라이프시맨틱스 윤구현 팀장 영상

내용요약

  1. 의료계는 “보험수가를 정상화하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시민단체는 “정부가 공공의료에 투자를 하고 재정을 늘리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는 그런 한두가지 대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문제는 당연히 터질 것이고, 그때 그때 터진 문제를 해결해가는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2. 의원급과 중소병원급 의료기관은 수입의 대부분은 비급여와 비보험(자동차보험 및 미용성형)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실손보험까지 끼어들면서 불필요한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의료기관의 수입 대부분이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데 아무리 필수의료영역을 키우려 해도, 어떤 의료기관이 필수의료영역쪽 인력의 채용하려 할 것이며, 어떤 의대졸업자가 여전히 채용이 되지 않는 과에 지원을 하겠는가?
  3.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헌법에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원칙이 적용되는 한, 돈을 벌 수도 없고 병원에서 채용할 이유가 없는 비인기과 전공의로 지원자가 늘 수 없다. 반면, 돈이 벌리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인기과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의료시장의 특성이 여실히 발휘되기에 오히려 늘어난 의사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피부 미용시장이나 비급여/비보험 영역의 시장을 확대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4. 실손보험은 급여심사를 할 수 없다. 불법만 아니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수가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활용해 수입을 올리는 병의원의 영업행위나 가입자의 도덕적해이를 막을 수가 없다. 이러한 실손보험의 지급규정을 손볼 수 있는 때가 다가오는데, 2028년이 되면 실손보험상품의 내용들을 손질할 수 있게 된다.
  5. 현재 실손보험으로 인해 굳이 전문의과정을 밟지 않아도 돈을 벌고 있는 의원들은 2028년이 되면 수입원을 상실해 폐업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 때부터는 의대졸업생의 대다수가 전문의과정을 밟으려고 할 것이며, 그렇지 않아도 의대 졸업생의 70%가 전문의과정을 밟고 있는 현재상황이 더 심하게 왜곡될 수 있다.
  6.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 전정권의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 보장성을 강화하고 본인부담금을 줄이면 필연적으로 서비스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도, 그렇게 수요증가로 인해 의료비가 증가하는 부분을 계산에 넣지 않은채로 보험재정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제가 의사이지만, 의사들조차도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관철되면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을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료문제의 전문가인 의사들조차도 이런데,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문제의 해결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팩트를 받아들이기 싫어할 수밖에 없지요.

과거 의약분업 때에 시만단체들이 “의약분업만 실행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으로 항생제 내성이나 의료비의 과다지출 문제등 많은 것들이 단번에 해결될 수 있다” 라든지 “의약분업을 덮어놓고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라든지 “일단 의약분업을 시작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라고 선동했었고, 수많은 국민이 이에 동조했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715164100017

그러나, 정작 의약분업이 이뤄지고 모든 문제가 그렇게 극적으로 해결되었는지를 돌아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줄긴 했으나, 위의 기사에서 전하듯 여전히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의료비가 줄기는 커녕, 약국에 지급하는 조제료가 신설되고,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등에서 처방전 발행수입에 크게 의존하면서 오히려 의료비가 더 크게 늘어나고 새로운 문제가 양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나온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언제나 그렇듯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어갔구요.

그 때 이후로 몇몇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아니면 고의로) 의료문제에 빠르고 명쾌한 해결책이 있는양 사람들을 현혹하고 선동해오고 있으며, 여전히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때려잡고, 의사들의 권력을 약사나 간호사, 심지어 한의사들에게 분산시키는게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접근인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사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이해도 과거와 비교해 한치도 진전되지 않은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 다른 이들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는 대안 몇개면 모든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는 환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으며, 속 시원하게 이기주의에 메몰된 못된 자들을 때려잡아 반갈죽을 만들어 굴복시키는 사이다 같은 심판(?)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대중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진실은 무얼 해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진실을 외면하고 뭔가 대단하고 신박한 해결책이 있는것처럼, 아니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누군가의 탐욕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것처럼 주장하면서 대중의 인내심을 고갈시키며 특정 집단을 향한 증오와 분노를 조장하는 선동세력이 문제를 해결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건 정부도 아니고, 의사, 간호사, 한의사나 약사같은 의료시스템 안에서 함께 부대껴야 할 동반자도 아니며, 진실을 왜곡하면서 금방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을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주장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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