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코브너 (from 시장의 마법사들)


브루스 코브너는 외환시장을 비롯한 많은 시장에서 성공적인 트레이더이면서도, 기술분석과 함께 기본적분석을 같이 사용하면서, 기본적 분석을 더 중요한 툴로 사용하는 트레이더입니다. 특히 기술적 분석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적 분석은 과거를 탐지하는 것이고, 시장이 어디에 와 있는지(흥분으로 달아올라 있는지, 아니면 차갑게 식어있는지)등과 같은 부수적인 정보를 얻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가 활동하기 훨씬 전인 70년대 같이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는 트레이더가 드물고 컴퓨터화 된 매매시스템이 없던 시절에는 박스권 돌파와 같은 신호를 따를 때 거래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책이 발간된 2008년 시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는 까닭을 그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많은 이들이 특정 시점, 특정 지점에 있는 시장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다면, 그러한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하는 시장의 운동은 변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옥수수 가격이 조밀한 박스권에 갇혀서 움직이다, 어느날 언론에서 옥수수 공급부족 가능성을 기사로 내보내고, 바로 그 날 가격이 박스권 위로 돌파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그러한 돌파는 장기적인 상승추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코브너의 주장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가격의 패턴이 쉽게 설명되는 만큼 많은 투기꾼들에 의해 “관찰”되면 가격돌파는 실패신호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서 실패신호란, 가격이 올라가지 못한다기 보다는, 그 신호를 보고 시장에 뛰어들어도 수익을 내는게 불가능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너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거나, 더이상 살 물량이 남아있지 않게 되거나, 차익실현 물량이 조만간 쏟아져서 포지션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거지요.

반면, 수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옥수수가 좁은 박스권을 돌파할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을 때 불현듯 돌파가 일어나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많은 투기꾼들조차 관찰하지 못하고, 가격의 움직임이 발생한 데 대한 해석이 적거나 어려운 경우일수록 기술적 분석상 돌파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브너는 기술적 분석이 매우 중요한 툴이 되는 시점에 대해서 특정 시장이 위로든 아래로든 크게 움직을 수 있는 중요한 국면에서 매우 큰 이벤트가 발생했는데, 그 이벤트가 종국적으로 호재인지 악재인지 쉽게 분석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드는게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의 전개과정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그렇게 엄청나게 붕괴되었다면, 달러화는 어떻게든 크게 절상되거나 절하될 가능성이 있을겁니다. 달러화 가치가 폭등하게 된다는 논리도 풍부하고, 절하된다는 전망도 탄탄하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장에서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 먼데이의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달러화가 크게 오릅니다. 그 다음 사흘동안은 달러환율이 혼조세를 보이다 금요일에는 달러화가 조금 빠지게 된 상태로 주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기술적 분석이 보여주는 힌트의 도움을 받아, 베이커 재무부장관이 취할 행동이 달러화 절화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달러화 가치 하락에 올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브루스 코브너는 시장에서 수많은 참여자들이 제대로 시장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없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거나,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예측하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매매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 분석이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술적 분석이 이런 예외적인 국면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꾸준히 돈을 벌게 해주는 경우는 대세 상승이나 하락과 같이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 밖에는 없다고 하네요.

이러한 원리는 상품시장에서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다른 시장보다 추세상 조정국면을 훨씬 더 자주 경험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좀 더 장기간을 전망해야 하고, 손절지점을 훨씬 큰 폭으로 설정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상품시장에 익숙해진 트레이더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장기간 동안 매우 큰 폭의 조정을 여러번 버텨내야 하는 조건이 붙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주식시장에 적용하는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예전에 “시장의 마법사”라는 책에서 브루스 코브너에 대한 부분을 읽고서 썼던 글의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브루스 코브너는 특이하게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는 트레이더이면서도 추세추종전략에 부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세상승이나 대세하락국면이 아니면 추세추종전략을 써서 돈을 벌 수 없다는게 그의 지론입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게 그의 주장을 현실에서 고스라니 확인할 수 있었던 2022년 겨울동안의 미국채 10년물 금리상황을 보면서였습니다. 당시 2022년 6월부터 계속 TMF를 모아가고 있었는데, 미국채 수익률이 경기침체에 대한 가능성을 반영해 가파르게 빠지면서 TMF 수익이 40%까지 나고 있었거든요.

당시 분위기는 이대로 쭉 경기 경착륙까지 쭉 이어지며 국채금리가 2%대까지도 빠질것 같은 분위기였고, 당시 분위기에 젖어 미국채 장기물에 롱포지션을 잡았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유투브에서 TMF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던 것도 당시였던걸로 기억하네요.

그렇게 사람들이 입을 모아 경기침체를 외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국채금리는 다시 치솟아오르기 시작했고 당시에 바닥에서 미국채 롱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은 손절을 하거나 지금도 많은 어려움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당시의 시장상황이야말로 “장기 상승”이나 “장기 하락”같은 큰 흐름이 형성된 게 아닌 상황에서의 추세추종 전략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TMF를 매입하는 시점은 언제나 분위기가 극도로 안좋은 상황에서였습니다. 덕분에 작년 6월부터 모으고 있는 TMF 수익률이 손실은 면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분위기가 훨씬 더 안좋아지고 손실율이 크게 커지는 시점이 아니면 매입을 안하고 기다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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